본문 바로가기

세계를 발칵 뒤집은 곤…인터폴은 적색수배, 터키는 8명 체포

중앙일보 2020.01.02 21:19
일본에서 가택연금 중 레바논으로 몰래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ㆍ닛산 회장[EPA=연합뉴스]

일본에서 가택연금 중 레바논으로 몰래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ㆍ닛산 회장[EPA=연합뉴스]

 
일본에서 가택연금을 피해 레바논으로 몰래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ㆍ닛산 회장을 둘러싸고 일본과 프랑스ㆍ레바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외교갈등으로도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ㆍ레바논ㆍ브라질 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의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방송에 출연해 곤 전 회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일본의 사법 시스템에서 도피하지는 말았어야 한다”면서도 “그가 프랑스로 온다면 우리는 그를 (일본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곤 전 회장에 대한 (일본의) 가택연금 조건은 열악했다”며 지인의 접견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했다. 곤 전 회장을 두둔한 것이다. 
 
레바논은 이날 곤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수배 요청을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의 알베르트 세르한 법무장관은 이날 AP통신에 "곤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의 '적색 수배' 요청이 검찰에 접수됐으며, 레바논 검찰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세르한 장관은 "레바논과 일본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도 되풀이했다.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일본에 직접 넘기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것으로 보인다. 
 
보수 축소 신고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지 108일 만인 작년 3월 1차 보석 결정을 받고 도쿄구치소 문을 나서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청색 모자 쓴 사람) [연합뉴스]

보수 축소 신고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지 108일 만인 작년 3월 1차 보석 결정을 받고 도쿄구치소 문을 나서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청색 모자 쓴 사람) [연합뉴스]

 
곤 전 회장을 놓고 프랑스와 일본은 수년째 감정이 좋지 않았다. 각국 자동차 산업의 대표주자였던 닛산과 르노의 갈등도 배경이다. 닛산은 1999년 빚만 약 21조원에 달했고, 프랑스 르노에 인수됐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대주주다. ‘일본 vs 프랑스’의 미묘한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  
 
르노는 닛산이 고수해왔던 평생 고용 원칙을 깨고 일본 근로자를 대거 해고하는 등의 혁신을 통해 닛산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 곤 전 회장이다. 그는 경영업계에선 스타로 떠올랐지만 일본 노동계에선 원수 취급을 받았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을 인수, 1년만에 흑자로 돌렸다. 그 과정에서 일본 일각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자'로 비판받았다. [중앙포토]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을 인수, 1년만에 흑자로 돌렸다. 그 과정에서 일본 일각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자'로 비판받았다. [중앙포토]

 
그랬던 곤 전 회장이 2018년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급여를 축소 신고하고 회사 자산을 빼돌렸다는 게 일본 검찰 측 얘기였다. 혐의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 및 특별배임죄 등이었다. 그는 바로 일본에서 구속됐고, 지난해 3월과 4월 두 번 구속됐다. 첫 번째 구속 때는 10억엔(약 106억원), 두 번째엔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지난해 크리스마스 저녁 개인 제트기 편으로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사법 시스템을 두고 CNN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용의자 구금 기간이 국제 기준에서 볼 때 지나치게 길다”라거나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바로 구속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상한 나라의 곤’이라는 헤드라인도 등장했었다.  
 
프랑스 정부도 적극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아베 신조 일본(安倍晋三) 총리에게 “구금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고 구금 여건도 가혹하다”고 공개 항의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구금 과정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이번에 악기 상자에 몰래 숨어 도주하면서 일본 검찰이 뒤통수를 크게 맞은 모양새가 된 것.  
 
지난해 파리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 앞에 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마크롱 대통령은 사진에선 웃고 있지만 카를로스 곤 전 회장에 대해 아베 총리에게 강한 불만을 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파리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 앞에 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마크롱 대통령은 사진에선 웃고 있지만 카를로스 곤 전 회장에 대해 아베 총리에게 강한 불만을 표했다. [AP=연합뉴스]

 
레바논과 일본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선 레바논이 곤 전 회장의 입국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 전용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일본 공항 출입국 심사를 면하긴 했으나 레바논 측의 개인 화물 검사를 응당 받았어야 하는데 레바논 측이 눈을 감아줬다는 주장이다. 레바논 외교부는 “곤 전 회장이 일본을 출국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한 구체적 과정은 모른다”며 발을 빼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레바논 출신의 성공한 세계적 기업인’으로 명망이 높은 편이다.  
 
레바논의 미셸 아운 대통령이 곤 전 회장의 입국 후 직접 영접을 하고 환대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레바논 대통령실은 2일(현지시간) 이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곤 전 회장은 현지시간 기준 8일 기자회견을 열 전망이다. 그 전까지 일본 측과 프랑스ㆍ레바논 간의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엔 터키도 카를로스 곤 사태에 가세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자국 내무부가 곤 전 회장의 도주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의 도주를 도움 혐의로 7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는 게 터키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7명은 대부분 조종사 및 운송회사, 공항 직원 등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