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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우선 과제는 경제라더니···文, 재계 신년회 3년째 불참

중앙일보 2020.01.02 16:36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열리는 재계 주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불참이다. 재계에선 “신년에 중점을 두겠다는 정부의 경제 우선 정책이 단순 구호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신년인사회는 민간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행사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를 대표해 1962년부터 해마다 신년인사회를 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여타 경제단체도 신년회를 따로 열지 않고 대한상의 행사에 참여했다. 1884년 설립돼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대한상의의 상징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매년 1000여명 이상의 경제인이 대한상의 주최 신년회에 모여 의지를 다졌다. 
 
대한상의가 청와대에 문 대통령의 행사 참여 여부를 타진한 건 지난해 12월 초 무렵이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해 연말 문 대통령의 불참을 최종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2일 여는 신년인사회에 재계 관계자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3일 행사엔 참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상의 주최 신년인사회는 민간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정부 합동 신년인사회와 다르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2017년 불참 당시에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일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다른 단체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어 경제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단체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참 사유를 댔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2일 연 정부 신년 인사회에 경제단체장과 4대 기업 총수 등 경제계 인사를 초청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사정이 비슷하다. 청와대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부 합동으로 연 신년인사회에 경제 5단체장과 4대 기업 총수 등 경제계 대표를 초청됐다. 하지만 이들이 대통령과 따로 스킨십을 할 기회는 없었다. 4대 기업에서도 대통령에게 전달할 건의사항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5년 열린 경제계 2005년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용구 전 중기협회장(왼쪽)의 건배제의로 건배를 나누고 있다. 박용성 전 대한상의회장(왼쪽 두번째), 강신호 전 전경련회장(왼쪽 5번째)[중앙포토]

2005년 열린 경제계 2005년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용구 전 중기협회장(왼쪽)의 건배제의로 건배를 나누고 있다. 박용성 전 대한상의회장(왼쪽 두번째), 강신호 전 전경련회장(왼쪽 5번째)[중앙포토]

 
대통령이 3년 연속으로 재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건 전례가 없다. 1962년 첫 행사 이후 문 대통령 이전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건 1984년(전두환, 아웅산 테러사건)·2007년(노무현, 2006년 4대 그룹 총수 간담회)·2017년(박근혜, 탄핵소추로 직무정지)이 유일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어진 '경제계 거리 두기'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가 주최하는 별도 행사엔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를 정책 우선순위에 둔 마당에 재계 신년회에 3년 연속 불참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제를 살리자는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올해는 참석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기업 임원은 “대통령이 경제인의 가감 없는 의견을 들을 기회를 포기했다는 측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기업 임원은 “정초부터 쓴소리하는 경제인이나 기업도 있겠지만, 대통령께서 그런 애기도 귀담아 들어주시면 좋겠다”며 “정부가 여는 행사에 기업인을 불러 양념처럼 들러리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계 신년인사회는 대통령이 경제인과 만나며 의견을 나누는 창구로 활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재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중소기업도 장기 마라톤 레이스에서 대기업과 나란히 함께 뛸 수 있도록 그렇게 체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그동안 구상해 왔고, 올해부터 실천에 바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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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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