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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非常)이 일상 됐다"…절박한 유통 CEO 신년사

중앙일보 2020.01.02 14:30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쫓기는 유통업계가 체질 개선을 선포했다.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2일 내놓은 신년사에선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단숨에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다”(신동빈 롯데 회장)라거나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라는 진단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생존 전략은 ‘디지털 전환’과 ‘고객’으로 압축됐다. 사업구조를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라”는 당부까지 했다. 이런 체질 개선 과정에선 “뼈를 깎는 고통”(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불가피하다는 언급도 나왔다.
 

"급변 환경, 글로벌 기업도 단숨에 무너뜨릴 만" 

신동빈 롯데 회장.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모든 사업부문이 전 방위적 변화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에 놓여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共感)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특히 “기존의 사업구조는 디지털 관점에서 재검토하여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라면서다.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도 역설했다. 그는 “직급, 나이, 부서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중앙포토]

손경식 CJ그룹 회장. [중앙포토]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양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며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장기불황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올해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력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당부했다.
 
CJ그룹은 이전에 진행해온 시무식 행사도 생략했다. 대신 사내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손 회장의 신년사를 동시 방영했다. 경영 패러다임을 실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말콤 글래드웰, ‘동백꽃 필 무렵’도 등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게 기존의 사업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더 잘하는 것(Do better)’에 머물지 말고 ‘다르게 행동(Do different)’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 전략을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말콤 글래드웰의 글을 인용해 “오랜 성공의 틀에서 효율성만 추구하다 사고의 유연성과 감수성이 경직돼 고객의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을 경계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MUST-HAVE) 역량’을 확실하게 선점할 것을 주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높은 수준의 영감을 주고, 이마트는 상시적 초저가와 독자 상품 등을 무기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세계 시장 진출과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미주 사업의 성공에 특히 방점을 뒀다. 그러면서 “각 사의 사업 특성에 맞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차 부회장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라는 드라마 대사도 소개했다. 최근 감명 깊게 봤다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온 내용이다. 그는 “사람이 기적이 될 수 있을까요? 네, 우리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들입니다”라면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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