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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대장'아베는 왜 비둘기파 이 사람을 후계자로 찍었나

중앙일보 2020.01.02 12:18
^기자="아베 총리 마음속의 사람은 기시다 정조회장이 맞나."
 

아베,기시다 전 외상 후계자 지지설에
"앞으로 배트 붕붕 흔들며 목소리낼 것"
강경파 아베와 달리 명문 리버럴파 수장
'반 아베'이시바 막으려 기시다 기용설
"개헌 총알받이로 기시다 앞세워" 분석
"결국 아베가 임기늘려 더 할 것"관측도

^아베 총리="아직 내 임기가 1년 9개월 남아있으니…그 사이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면서 (후임자가)누군가로 정해지긴 하겠지만… 기시다 회장도 리더십을 발휘해왔고, 지금부터 더욱 명확한 발언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1일 방송된 TV아사히의 아베 신조(安倍晋三·65)총리 신년 인터뷰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2015년 12월 28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상이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12월 28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상이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에만 만 7년,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1년을 합치면 일본 헌정사상 최장 기간을 집권했다.
 
임기가 2021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의 후임이 누구냐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최근 ‘아베 총리의 마음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2)자민당 정조회장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급속도로 돌고 있다.
 
아베 총리는 TV아사히 인터뷰에서도 "외상으로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평화안전법제 성립에도 큰 역할을 했다","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도 역할이 컸다","이번 추경예산 처리때도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기시다를 치켜세웠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원 97명)출신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임시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성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임시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성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총리 신분이기 때문에 소속 파벌을 떠나 있지만 그는 당내 최대 파벌의 실질적인 오너다. 
 
당내 2위 파벌인 아소파, 4위 니카이파와의 지원까지 받고 있는 아베는 ‘국회의원+지역표’로 선출하는 자민당 차기 총재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
 
기시다는 아베 내각에서 무려 4년7개월 동안 외상을 지냈다. 전통의 명문파벌이자 당내 리버럴세력의 상징인 고치카이(宏池會· 현 기시다파·당내 공동 4위 파벌)의 수장이다.  
 
게다가 기시다의 지역구는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로, 울트라 보수 색채인 아베 총리나 호소다파와는 생각이 다를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왜 라이벌 파벌의 총수이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4~5위권에 머물고 있는 기시다에게 마음을 줄까.    
 
먼저 "자민당내에서 유일하게 '반(反) 아베'의 기치를 들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간사장의 집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서 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2012년, 2018년 아베와 이시바는 두 차례나 총재선거에서 맞붙었다. 
지난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와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와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벌 의원들의 수는 채 20명이 안되지만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이시바는 ‘아베 1강’으로 불리는 자민당내 역학구도속에서 유일하게 아베와 정면 대결해온 인물이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 1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당내 거부감이 적고 두루두루 원만한 기시다를 후계자로 내세워 아베 총리가 이시바의 총재 등극을 막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가 속한 호소다파엔 이렇다할 차기 총리감이 없기 때문이다.  
 
아베가 기시다를 치켜세우는 이유를 숙원 사업인 개헌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임기내 개헌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베가 당내 온건파인 기시다를 앞세워 개헌을 완수하려 시도한다"는 관측이다.
 
 일본내엔 ‘개헌엔 찬성하지만, 아베의 개헌엔 반대한다’는 여론이 꽤 있다. 
이를 의식한 아베 총리가 온건파이면서 자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조회장 기시다를 개헌의 총알받이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아베 본인이 개헌을 완수하면 좋고, 안되면 기시다가 해도 좋다는 접근법이다.  
 
이밖에 1993년 당선 동기이자 ‘세습 정치인’인 아베와 기시다 두 사람의 궁합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기시다는 외상과 자민당 정조회장으로서 아베 총리와 코드를 맞춰왔다.
2018년 12월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12월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총재경선때는  "출마해 아베와 맞붙어야 한다"는 파벌의원들의 압박속에서도 불출마를 선택하며 아베 총리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그런 그에겐 “아베에게서 왕위를 공짜로 이어받으려한다”,“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린다”,"너무 존재감이 없고 애매한 인물"이라는 혹평도 쏟아진다.  
 
^기자=”7년전 아베 총리는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기시다 회장에겐 (총재직이)너무 굴러들어온 호박 같은 일 아니냐. (총리가 되겠다면)다음 타자 대기서클에서 배트를 좀 더 붕붕 흔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베 총리="이제 곧 다음 타자 자리에서 배트를 붕붕 흔들 것으로 본다. 곧 그 소리가 들려 올 것이다."
 
기시다를 둘러싸고 1일 TV아사히 인터뷰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 이유다. 
 
일본 정계 주변에선 "아베가 지금은 임기 연장을 부인하고 있지만, 언제 입장을 바꿀 지 모른다","자신의 총재 4연임을 위해 일부러 연약한 이미지의 기시다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는 '음모론'도 돌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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