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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승태 의혹 폭로 이수진 판사 "지역구서 심판 받겠다"

중앙일보 2020.01.02 11:30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7월 22일 보석을 허가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7월 22일 보석을 허가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폭로했던 이수진(52·연수원 31기) 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회가 된다면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판사도 정치적 동물, 靑직행한 김형연과 달라"
"순수성 오해받아도, 사법개혁이 더 중요"
"조국은 판결문 봐야, 최재성이 집요히 요청"

누가 이수진을 영입했나

지난해 12월 31일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이 부장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집요한 영입 요청을 받았다"며 "법원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사법개혁 과제를 국회 입법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인재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이 부장판사가 직접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의 정치권 직행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한다는 지적엔 "판사도 다른 시민과 똑같은 정치적 동물"이라며 "법원 사직 뒤 청와대로 직행했던 김형연 현 법제처장(전 법무비서관), 김영식 법무비서관과는 완전히 다른 경우"라 강조했다. 지역구로 나가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예정인 이수진 부장판사의 모습.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예정인 이수진 부장판사의 모습. [중앙포토]

조국 사태엔 "판결문 보고 말할 것"

이 부장판사는 이번 출마로 양승태 대법원 의혹 폭로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것이란 지적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오해가 두려워 사법개혁을 저버릴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선 "사실 관계와 판결문을 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재판 내용도 보지않고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수진 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민주당 소속 총선출마, 이제 결심했나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사표 수리 절차만 앞두고 있다.  
 
비례대표 제의를 받은 건가
비례대표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회에 간다면 지역구로 출마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전주가 고향이지만 전주에 나가진 않을 것이다. 
 
왜 국회의원인가 
법원에서 오랜 기간 사법개혁을 위해 일해왔다. 하지만 법원에서 외쳐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더라. 형사와 민사재판 등에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산더미다. 그래서 국회에 가려한다.
 
어떤 개혁을 하겠다는 건가 
법관 승진제도 폐지, 법원 1심의 강화, 국제상사 법원 등 전문법원 도입, 법원 내 AI도입 등 민사와 형사 재판에서 개혁해야 할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2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2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관의 총선 출마는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
판사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동물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판사를 임명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정치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판사들이 아예 이 점에 문을 닫아버리니 국민과 소통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판사가 보다 솔직한 의견을 시민에게 밝히고 비판과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형연 법제처장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이 사직 후 청와대로 직행해 비판을 받았었다
그분들은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간 것이다. 하지만 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지역구에 출마한다. 사법개혁을 주도했던 판사가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경우라 생각한다. 출마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도 아니지 않나.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폭로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해왔던 일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렇게 볼 것이다. 그런 오해가 무서워 사법개혁을 완수하지 않을 순 없다. 또한 국회의원 출마가 영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선도 보장할 수 없고, 판사직과 대형로펌을 모두 포기하고 가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전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9월 30일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위원회 발족식에서 이탄희 전 판사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전 판사는 민주당의 영입제안을 거절했다. 강정현 기자

조국 법무부 전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9월 30일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위원회 발족식에서 이탄희 전 판사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전 판사는 민주당의 영입제안을 거절했다. 강정현 기자

과거 촛불판사라 불린 박재형 전 판사와 양승태 대법원 의혹을 알린 이탄희 전 판사는 정치권의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
나도 정말 오랜 기간 고민했다. 이탄희 전 판사만큼이나 거절을 수차례 했고 한달 동안 도망다녔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사법개혁을 외치는 판사들 중에 정치권에 가려는 분이 없더라. 누군가는 가서 법을 바꿔야 하지 않나. 정말 많은 사람이 만류했다.
 
판사님은 국제인권법 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시민들은 국제인권법 등 법관 단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의심한다
난 우리법연구회 소속은 아니고 국제인권법에서 활동을 했다. 법관은 국제적 인권 기준에 대해 공부하고 재판을 해야한다. 분단국가에 있다보니 인권 공부를 해도 좌파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인권은 진보와 보수 모두가 지켜야하는 규범이다.
 
이번 출마가 그런 의심과 오해를 더 키울수 있다
사법개혁에 대해 잘 아는 법조인이 국회에 들어가야 사법 개혁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입법을 통해 법원을 바꿔야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지난해 1월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월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출마 결심은 누가 하게했나 
최재성 의원이 집요하게 요청했다. 사법개혁은 해야 하는데 지금 여당과 대법원 사이에 전혀 소통이 되지 않으니 법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법개혁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와서 사법개혁을 완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나 역시도 법원에서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출마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외칠 만큼 정의롭지 않다는 분도 있다.  
국회의원이 됐을 때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그 사법개혁을 어떤 당이 담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당선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많은 분이 법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재판하는 법관들이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오해 역시 국회에서 해소하고 싶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섣불리 평가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재판 진행 경과와 판결문을 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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