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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입' 징역 2년 박근혜, 구속 실패한 송병기 차이는

중앙일보 2020.01.02 09:00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다.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은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시자 박근혜, 제보자 송병기

 현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게 박근혜 청와대의 공천 개입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 최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의 판결문은 지난 31일 송 부시장의 영장 심사에서도 등장했다. 두 사건은 청와대의 지시로 경찰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는 점, 이를 입증할 ‘수첩’의 존재 등에서 비슷하단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 단계에서 두 사건을 단순 비교해 구속을 판가름하기 어렵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 개입의 ‘출발점’이자 ‘정점’이었다. 그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정무수석실이 정보 경찰을 동원해 친박 후보 여론조사 등을 벌였던 건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명시적ㆍ묵시적으로 선거 개입을 지시ㆍ승인했다고 인정했다.
 [사진 JTBC]

[사진 JTBC]

 

“송병기는 관문, 청와대가 핵심”  

현 정권의 하명수사 의혹 역시 송병기 부시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송 부시장은 지난 2017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인물이다. 청와대가 이를 경찰에 전달해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고, 김 전 시장은 결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 자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더불어민주당) 현 울산 시장이 가져갔다.
 
하지만 송 부시장은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올라가기 위한 ‘관문’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단순히 제보를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구속하긴 어렵고 제보 이후 청와대와 어떻게 선거 개입을 공모하고 실행했는지를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한 줄기인 당내 경선 후보 매수 의혹도 송 부시장 영장엔 들어가 있지 않다.
 

송병기-청와대-경찰 공모 어디까지 밝혀내나

결국 하명 수사 의혹 핵심은 청와대와의 공모 여부다. 박근혜 청와대-경찰처럼 선거 개입을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구속 영장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를 입증할 물증이 송 부시장의 업무 수첩이다. 수첩에는 송철호 시장 측이 청와대 관계자들과 만난 정황, 그리고 김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인 산재모(母)병원이 무산된다는 정보를 청와대로부터 미리 듣고 공공병원 공약을 대신 준비한 정황 등이 빼곡히 적혔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우상조 기자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우상조 기자

법원은 이 부분은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기현 전 시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수첩 내용의 사실관계와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청와대 측에선 백원우 전 비서관만 지난주 첫 조사를 받았다. 송철호 시장과 황운하 전 청장 등은 아직 검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공소시효 만료 주장도 엇갈려

법원은 영장 심사 때 논란이 된 ‘공소 시효’ 문제에 대한 판단도 미뤘다. 영장 기각 사유에는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하면”이란 문구가 포함됐다. 공직선거법 제268조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난다.  
 
앞서 영장 심사에서 송 부시장 측은 사건 당시 민간인이었다며 공소시효 6개월을 주장한 반면, 검찰은 “공소시효가 10년인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와 송 부시장이 공범이므로 시효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부분도 송 부시장과 청와대의 공모 관계 입증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영장 기각 이후 진행되는 검찰 수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박근혜 정권 선거 개입 사건도 수사 초기 경찰 간부들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송 부시장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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