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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옥스퍼드대 69세 교수···“불법 연령차별” 판결 파장

중앙일보 2020.01.02 06:37
영국 옥스퍼드대가 연령을 이유로 69세 교수를 해고한 데 대해 “불법적인 연령 차별”이란 영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올해 72세가 된 폴 이워트 전 옥스퍼드대 교수가 “부당 해고”라며 영국 고용 심판소에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 이워트, 부당 해고 소송서 승소
97세 노벨상 수상자도 정년정책 비판
67세 정년 정한 영국 대학 총 3곳
국내선 일할 나이 65세 판결 잇따라

정년을 67세로 제한한 영국 대학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세인트 앤드류대 세 곳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판결이 이같은 대학들의 ‘은퇴 연령’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워트 전 교수는 옥스퍼드대에서 38년간 근무했다. 2017년 해고 당시 그는 옥스퍼드 클라렌돈 연구소의 원자·레이저 물리학 책임자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정년을 2년 연장 신청했고, 옥스퍼드대는 이를 받아들여 그는 69세까지 일했다.   
 
97세의 나이로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존 굿이너프 교수. [AFP 연합뉴스]

97세의 나이로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존 굿이너프 교수. [AFP 연합뉴스]

 
하지만 더 이상의 연장은 안 된다는 게 옥스퍼드대의 입장이었다. 이워트 전 교수는 은퇴하기 2년 전에 과학 논문 15개를 발표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새로운 수소 연료를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옥스퍼드대는 ‘67세 정년’을 정한 이유에 대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세대 간 공정성을 위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워트 전 교수는 이런 대학의 주장과 달리 고령의 교수 해고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비하다는 통계 자료를 찾아내 법원에 제출했다. 이런 자료 등을 근거로 법원은 84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그를 두고 “불법적인 연령 차별과 불공정한 해고의 희생자”라고 판결했다. 그는 이번 소송을 통해 대학에 수석 강사로 복직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은 정년퇴직제 관련 법규를 2011년에 폐지했다. 기업이나 연구소가 필요하면 연령에 상관없이 계속 고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옥스퍼드대 등 영국 대학 세 곳은 여전히 정년 67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워트 전 교수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나이를 이유로 학자들이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은 나이 때문에 해고된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하는 중요한 연구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더 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만 97세 최고령의 나이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도 옥스퍼드대의 이런 정년 정책을 비판해왔다. 굿이너프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나 33년 전인 65세에 연령을 이유로 강제 퇴직당했다. 그는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 옥스퍼드대를 도망치듯 떠났다. 사람을 은퇴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대한 논쟁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사람이 육체노동으로 일할 수 있는 최고 연령(가동 연한)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노동 가능 연령을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노동 가능 연령을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연합뉴스]

 
이후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못 박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이는 평균수명 증가와 체력 향상, 일하는 노인 증가 등을 반영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정년 연장,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등에 대한 논의도 탄력을 받게 됐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 변화를 고려해 정년을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청년과의 일자리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노인’ 연령도 70세로 올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한다. 지난해 서울시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노인들은 노인 연령을 72.5세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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