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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없이 1년 살게 하겠다···연80조 간편결제 시장 ‘새해 꿈’

중앙일보 2020.01.02 06:00
회사원 주동형(30) 씨는 식당에서 밥값을 낼 때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를 꺼낸다. 카드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접촉하는 '삼성페이'를 이용한다. 집에서는 '네이버페이'로 카드번호를 입력하지 않고도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 이 정도는 이미 일상이 됐다. 새해에는 아예 지갑 없이도 종일 살 수 있을까. 좀 더 쉽고, 빨라질 건 확실해 보인다.
 

모바일 간편결제 가입자 1억7000만명
토스 뛰어들며 더욱 치열해진 경쟁
오프라인서 신용카드 뛰어넘어야
단말기 없는 신산업 집중 공략할 듯

중국에서는 동네 가게에서 식료품을 살 때도 알리페이 QR코드를 쓸만큼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됐다. 중국의 모바일 간편결제 규모는 연간 3550조원에 이른다.[EPA=연합뉴스]

중국에서는 동네 가게에서 식료품을 살 때도 알리페이 QR코드를 쓸만큼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됐다. 중국의 모바일 간편결제 규모는 연간 3550조원에 이른다.[EPA=연합뉴스]

 
2018년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가입자(중복 포함)는 약 1억7000만명. 이들이 한 해 간편결제로 이용한 금액은 약 80조원에 달한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만 25~64세 성인 남녀 2530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56.8%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커머스(e-commerce)시장장이 중심에 있다. 옥션‧지마켓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간편결제 시장에선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간편결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대행(PG)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이미 기존 금융권보다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한 간편결제 시장이 새해엔 더 확대될 것”이라며 “기존 금융사들이 지금의 경영 방식으로는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특히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공략법을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2018년 오프라인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3조2000억원에서 19조5000억원으로 약 6배로 늘었다. 하지만 온라인(60조6000억원) 시장과 비교하면 규모가 한참 작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오프라인 간편결제 금액이 연간 약 21조4000억 위안(한화 약 3550조원)에 달하는 중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오프라인에선 아직 신용카드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보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걸 더 편리하게 느낀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현금 거래가 일상적인 중국과 다른 점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새로운 결제방식을 익혀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그나마 카드리더기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는 마그네틱 기술(MST)을 쓰는 삼성페이는 선전했다. 하지만 ‘관치금융’ 논란으로 내내 홍역을 치른 제로페이는 앱을 열고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 때문에 한계에 부딪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제로페이 10만호점 기념행사’에서 책방대표와 10만호점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제로페이 10만호점 기념행사’에서 책방대표와 10만호점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업계는 제휴사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소비자 혜택을 내세워 우회로를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 고객에게 더 적극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홍보하고, 소상공인 가맹점 확대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단말기가 필요 없는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산대 없이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무인 결제가 가능한 아마존고(Amazon Go)처럼 업체들이 카드 단말기가 필요 없는 미래산업 분야를 공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제로페이처럼 정부가 직접 서비스 공급 주체로 나서는 것보다, 세액 공제‧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술 혁신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교수는 “궁극적으로 금융과 산업의 엄격한 구분이 희미해져야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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