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선 밀리신거냐” 그 말에···예비후보 벌써 등록한 현역 8명

중앙일보 2020.01.02 05:00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지난해 7월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지난해 7월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4월 치러지는 총선 예비후보로 지난 12월 말 기준 여야 현역 의원 8명이 등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정치 신인이 지역구에 얼굴을 일찍 알리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조기에 예비후보로 등록하지만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현역 의원은 늦추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들 현역 8명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예비후보 명부에 등록된 현역 의원은 민주당 심재권·신창현·박경미·전재수·박재호·최인호 의원,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등 총 8명이다.
 
이들은 새로 연 선거사무소 앞에 '기호 ◇번 예비후보 OOO'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기도 하고 연말연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어깨띠·표지물 착용 ▶전화 지지 호소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 등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때문에 유권자 접촉이 급한 정치 신인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예비후보에 조기 등록하는 건 드문 일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연말연시 행사에 가면 축사에서 '예산 따왔다'고 홍보할 수 있지만 예비후보 등록 후에는 행사 취지에 맞는 말만 해야 해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현역 의원들은 이달 15일까지가 기한인 의정보고를 마치면 16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한다는 계획이다.
 
8명이 '현역 프리미엄'을 내려놓고 서둘러 예비후보 등록에 나선 이유는 뭘까.
 

'경쟁자 등판에 조기 총선모드'  

서울 강동을이 지역구인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개시 이틀째인 지난달 18일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16대·19대·20대 총선 때 줄곧 이 지역에서 당선된 심 의원은 이번 예비후보 등록을 통해 21대 총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이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당내에서는 강동구청장 출신 이 대변인과 심 의원의 대결이 치열한 승부가 될 거란 전망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심 의원이 예비후보에 등록했다는 것은 당내 경선에서부터 지역구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의왕-과천에는 신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예비후보 4명이 등록했다. 신 의원은 "총선에 제가 다시 도전한다는 의사표시로 예비후보를 등록했다"고 말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 예비후보 명함. [신창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신창현 민주당 의원 예비후보 명함. [신창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다른 예비후보자 2명은 경기 의왕시 내손로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 의원 사무소도 같은 건물에 있다. 신 의원은 "저만 현수막이 없으면 이상할 것 아닌가. 사람들이 (제가 나오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서 현수막을 걸었다"고 말했다.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도 지역구 광주 서을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천 의원은 양향자 민주당 전 최고위원 등 여당 소속 출마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천 의원은 "연초에 배우자가 인사를 다닐 때 (예비후보 등록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고) 선거법상 시비를 (상대후보가) 걸 가능성이 있어서 미리 등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비례대표인 윤종필 의원은 김병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윤 의원은 2017년부터 이 지역에서 활동해왔고 현재 한국당 성남 분당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선거운동에 일찍 돌입해 본선에서 상대 당 현역 의원을 꺾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울 강남·PK 험지 정면돌파'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의정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박재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의정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박재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현역 의원 3명도 나란히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선인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박재호(부산 남을),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 등이다.
 
이들 셋은 ‘조국 사태’ 이후 PK(부산·경남) 민심이 여당에 호의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읽혔다고 한다.
 
박재호 의원은 "우리처럼 '적지'에 있는 의원들은 무조건 예비후보를 등록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며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비하면 부산이 어렵다 보니 서둘러 선거모드에 돌입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전재수 의원은 "현역 의원이 선거기간에 누릴 수 있는 몇 가지 기득권이 있는데 나는 거기에 기대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박경미 민주당 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박경미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박경미 민주당 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박경미 의원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비례대표인 박경미 의원은 민주당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박성중 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박경미 의원은 "얼마 전 한 유권자가 전화를 걸어와 '민주당에서 다른 분들이 예비후보 현수막을 내걸었던데 혹시 의원님이 밀리신 거냐'고 물었다"면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경각심이 들기도 해서 지난달 30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