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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들의 생존전쟁···해운대 상징 호텔도 불꺼진다

중앙일보 2020.01.02 05:00
해운대 그랜드호텔 전경. [연합뉴스]

해운대 그랜드호텔 전경.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의 상징이었던 5성급 해운대그랜드호텔(그랜드호텔)이 지난해 12월 31일 폐업했다. 그랜드호텔측은 호텔고급화 경쟁에 밀려 적자 경영으로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호텔업계에서는 해운대 호텔 간의 생존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그랜드호텔 노조는 고용 승계를 피하려는 위장 폐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랜드호텔 측 “고급화 경쟁력 잃어 폐업 불가피”
노조 “노사 합의없이 인정 못해…상생 논의해야”
아난티 코브 개관 뒤 해운대 호텔 고급화 경쟁 치열

그랜드호텔측은 1일 “영업 허가증을 반납한 뒤 추후 세금 신고 등 법적 절차를 거쳐 폐업 신고를 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경쟁 업체가 늘어 적자 경영으로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랜드호텔은 2016년 39억, 2017년 27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18년에는 3억9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호텔 폐업을 위해서는 구청에 폐업 신고를 해야 한다.
 
반면 이 호텔 노조는 2일부터 호텔 내 노조 사무실을 점거, 출근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황순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측이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만 종료한 상태”라며 “정관에 노조 합의 없이 폐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고, 고용 관계가 종료되지 않았다. 계속 출근하면서 사측과 상생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가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가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랜드 호텔이 적자를 낸 원인은 호텔 간의 고급화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급화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2017년 7월 부산 기장군에 들어선 아난티 코브다. 1㎞가 넘는 해안가를 따라 약 7만6033㎡(2만3000평) 규모의 대지 위에 들어선 아난티 코브는 성수기 때 해운대 기존 호텔보다 비싼 가격대임에도 만실 행진을 이어갔다. 호텔업계에서 아난티코브가 이례적으로 오픈 첫해 흑자를 기록하자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오래된 호텔은 리모델링에 나섰다. 5성급 파라다이스호텔은 2017년 상반기 700억원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마쳤다. 시설 노후로 특급호텔 위상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했던 노보텔부산은 지난해 초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노보텔부산은 오는 7월 신세계조선호텔로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동백섬에 있는 부산웨스틴조선호텔도 올해 전체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1978년 개관한 이 호텔은 기존 290실인 객실 규모를 반으로 줄이는 대신 6성급 호텔로 고급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에 짓고 있는 엘시티에 들어설 롯데 시그니엘 호텔은 해운대 호텔업계에 본격적인 고급화 경쟁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 호텔은 서울 잠실에 오픈한 시그니엘 호텔에 이은 롯데호텔의 국내 두 번째 6성급 관광호텔이다. 
 
해운대 호텔의 고급화 경쟁은 호텔 양극화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수요가 늘면서 특급호텔은 주말 연휴 거의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모텔·여관·1급 호텔 등의 지출액은 감소 추세다. 특급호텔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 신세계조선호텔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노보텔부산의 전면 개보수에 따른 영업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열경쟁으로 그랜드호텔처럼 폐업 선언을 하는 호텔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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