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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발장' 국밥 사주고 훈방했다고 뒤늦게 욕하는 그들

중앙일보 2020.01.02 05:00
지난달 10일 인천 한 마트에서 배고픔을 참지 못해 식료품을 훔치던 부자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MBC 방송 캡처]

지난달 10일 인천 한 마트에서 배고픔을 참지 못해 식료품을 훔치던 부자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MBC 방송 캡처]

 
‘인천 장발장 사건’의 주인공 A씨(34)를 훈방한 경찰관의 행동에 대한 직무유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10일 A씨가 아들(12)과 함께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된 뒤 마트 주인의 선처를 받는 과정에서 A씨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한 시민이 "국민 신문고에 A씨를 훈방한 경찰이 직무유기를 한 것 아니냐"고 문제 삼으면서 "A씨 부자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 부자를 훈방하고 근처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는데 이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형법 122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는 포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직무유기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 “훈방 조치 과정 문제없어”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모습. [MBC 방송 캡처]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모습. [MBC 방송 캡처]

 
경찰은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A씨를 훈방한 과정에 대해 파악했다. 그 결과 경찰은 A씨를 훈방한 경찰관들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업무편람엔 '범죄사실이 경미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며 피해자가 없는 경우 연령·신체·죄질 등을 고려해 훈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미성년자인 초범자, 정신박약자, 질병이 있는 사람, 주거와 신원이 확실하고 정상을 참작할만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 상습범이 아닌 사람 등이 고려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사건은 피해자인 마트 주인이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밝힌 점, 피해 금액이 경미한 점, A씨가 질병이 있는 점, 생계형 범죄라는 점 등을 고려해 훈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훈방 조치가 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마트 주인도 1일까지는 A씨에 대해 다시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사례는 어땠나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과거에도 경찰이 훈방한 사건에 대한 직무유기 논란이 있었지만, 법원에서 인정되는 일은 드물었다. 대법원은 ▶인화성 물질을 신고하지 않는 페인트 사장을 경찰이 훈방한 건 ▶막걸리 직매장에서 술 내기 도박한 4명을 훈방한 건 ▶전복을 남획(濫獲)한 사람을 훈방한 건 ▶행패를 부린 선원 두 명에 대해 폭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훈방한 건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관이 직무집행 의사로 위법사실을 조사해 훈방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지 그 직무집행 행위를 하였다면, 형사 피의사건으로 입건 수사하지 않았다 하여 곧 직무 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게 대법원의 기존 판단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되려면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방치한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고의로 그렇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직무 유기죄를 적용하기 불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액이 경미한 등의 경우에는 훈방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후원금 관련 논의 들어가

한편 A씨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모인 후원금을 어찌할지를 놓고 해당 지자체는 논의에 들어갔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A씨에 대해 후원금을 보낸 사람 중에 철회 의사를 밝힌 분도 있다”면서 “개개인 별로 후원금에 대한 의사 여부를 확인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후원금 전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에 대한 후원금은 현재 1200만원 이상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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