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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엔 매장 바닥 안보였다” 단체유커 귀환…한국에 독될까, 약될까

중앙일보 2020.01.02 05:00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시내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시내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지난해 12월 23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올해 상반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이뤄지고 한·중 관계도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기대가 큰 부분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올 것이냐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현장을 찾아봤다.  
 

휴대폰 검색, 잘 되팔릴 물건만 찾는 따이공 

 
#.세밑 한파가 찾아온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시내 면세점. 연말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12층 화장품 매장 곳곳은 계산을 위해 줄을 선 중국인 관광객과 가이드에게 매장 위치 설명을 듣는 관광객이 뒤섞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중국어에 한 화장품 매장 직원에게 “중국에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는 “중국 관광객이 너무 없어 걱정”이라며 “지금은 돌아다니면서 쇼핑도 할 수 있지 않나. 2016년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이전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와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는 일평균 300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따이공이다. 곽재민 기자

지난해 12월 기준 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는 일평균 300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따이공이다. 곽재민 기자

 
‘그럼 저 많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누구냐’고 되묻자 그는 휴대폰을 보고 있는 한 중국 여성을 가리키면서 “대부분 따이공(代工ㆍ중국인 보따리상)”이라며 “휴대폰을 보면서 고객 주문을 확인하거나, 중국에서 잘 팔릴 물건이 뭔지 검색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사태 전인 2016년 이 매장엔 하루 평균 1만 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몰렸다. 지난해 12월 이곳을 찾는 하루 평균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는 3000명으로 줄었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하루 1만명의 단체 관광객이 전체 매출의 73%를 올려줬는데, 지금은 3000명이 매출 80%를 올려주고 있다”며 “객단가(1인당 구매 금액)가 높은 따이공 단체 관광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장을 포함한 이 면세점의 전체 매출은 2016년 약 6조원이었는데, 이처럼 따이공이 몰리며 지난해엔 약 8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모습. 추인영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모습. 추인영 기자

 

명동 음식점 권리금 한 푼 없이 폐업도 

#.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한 블록만 뒤로 가면 풍경은 사뭇 달랐다. 한 거리에 있는 건물 10곳 가운데 4곳에 ‘임대’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서울 명동에 있는 폐점한 상점. 추인영 기자

서울 명동에 있는 폐점한 상점. 추인영 기자

 
국내 상가 매매 가격과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명동에선 지난해 9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3억원의 권리금을 내고 식당을 운영했던 한 자영업자가 권리금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폐업한 것이다. 명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과거와 달리 중국인 관광객이 안 온다”고 입을 모았다. 
 
에뛰드하우스의 이미연(47) 매니저는 “명동 화장품 로드샵이 거의 다 망해서 다른 업종으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임대료도 많이 싸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관광객 10명 중 중국인은 거의 없고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에서 온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며 “예전엔 중국인 관광객 1인당 50만원 어치를 샀는데 요즘엔 10만원도 안 산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온다고 해서 기대는 하지만 이미 너무 오랫동안 (관광 경기가) 침체해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한 서울 명동거리. 추인영 기자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한 서울 명동거리. 추인영 기자

 
명동에서 8년째 닭꼬치 노점상을 운영하는 조 모(45) 씨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3분의 1 정도 줄었고 매출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관광객이 늘었다는데 체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커 돌아온다' 기대감 상승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2016년 807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2017년 반 토막(417만명)이 났다.  
 
급감했던 중국인 국내 여행객은 개별 여행객 증가와 기업 인센티브 여행단을 중심으로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 상품 온라인 노출 금지, 크루즈선 이용 상품 모객 금지와 같은 단체 여행 제한 조치를 유지하는데도 방한 유커는 2018년 479만명, 2019년 551만명으로 2016년의 고점 대비 73%까지 회복했다. 현 추세가 지속한다면 올해는 600만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 면세 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고대하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 조짐은 없다. [중앙포토]

관광 면세 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고대하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 조짐은 없다. [중앙포토]

 

"씀씀이 큰 중국 단체 관광 제한 풀려야"  

 
다만 국내 면세점, 명동 자영업자, 카지노 등 관광 업계는 유커로 인한 체감 경기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중국인 단체 관광에 대한 추가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나투어 정기윤 이사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경우 홍대나 강남과 같은 핫플레이스 위주로 다니면서 맛집을 찾거나, 백화점을 돌면서 실속 쇼핑을 즐긴다”며 “반면 단체 관광객은 가장 저렴한 여행 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대신 아낀 돈을 명동이나 면세점을 돌며 쇼핑에 쏟아붓기 때문에 상인이나 관련 업계가 체감하는 씀씀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지난 2016년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단체관광을 금지(한한령)한 이후 중국의 한 화장품 회사 직원들이 대규모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여행과 면세업계는 단체관광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앞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중국이 지난 2016년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단체관광을 금지(한한령)한 이후 중국의 한 화장품 회사 직원들이 대규모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여행과 면세업계는 단체관광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앞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국내 면세점의 매출 70%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형적 구조”라면서 “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와 같은 고객 다양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유커와 비교하면) 워낙 구매력의 차이가 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실제로 2018년 해외 관광객 1인당 지출 경비는 평균 1482달러였다. 중국과 중동, 러시아, 인도 관광객은 평균 1700~2232달러를 쓰는 큰 손으로 분류된다. 반면 한국 방문이 증가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평균 지출 경비는 1인당 평균 1100달러에 못 미친다.  
 
한한령 이후 최대규모인 중국인 단체 유커로 800여명이 한국을 찾은 중국 '한아화장품' 임직원 단체 관광객이 지난해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한령 이후 최대규모인 중국인 단체 유커로 800여명이 한국을 찾은 중국 '한아화장품' 임직원 단체 관광객이 지난해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쏠림 현상 해결해야"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한다. 일각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 등 관광객 숫자의 외형적 확장에 앞서 한국 관광의 질적 성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서울로 몰린다. 또 제주나 부산 등 일부 지역에만 관광객이 지나치게 편중된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관광 콘텐트와 지역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 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서울로 몰리고, 제주나 부산 등 일부 지역에만 관광객이 지나치게 편중되는 상태”라면서 “관광 거점 도시를 만들고 접근성이 좋아져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자연히 관광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유커는 대부분 중국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와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 여행하는 구조”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 등 현지에서 직접 관광객을 모집해 국내로 데려와 국내 관광 산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OTA(온라인여행사)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재민ㆍ추인영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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