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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은 돼야 노인, 우린 청춘" 경로석 손사래 치는 55년생

중앙일보 2020.01.02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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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55년생 어쩌다 할배① 

“우리는 아직 청춘이죠. 지하철ㆍ버스 경로석이 내 자리는 아니에요.”

김유태(서울 영등포구)씨는 2015년 평생 다니던 은행에서 정년퇴직했다. 현재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50플러스센터 남부센터'에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월 50만원 가량의 활동비를 받는다. 그는 75세까지는 일을 할 생각이다. 김씨는 “아직도 현역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며 “최소한 70세 이상은 돼야 노인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는 아직 청년이지. 경로석 같은데 앉아서 (노인)티를 내야 하나 싶어서 앉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노인 대열 합류하는 30명 인터뷰해보니

27명 "우리는 아직도 노인 아닌 청춘"
여전히 일할 수 있는데 은퇴 아쉬워
새 직업, 취미 찾고 "지금 제일 행복"

중앙일보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김씨처럼 올해 만 65세, 노인 대열에 새로 합류하는 1955년생 남녀 3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27명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노인 연령은 70세(17명), 75세(11명)였다. 대부분 70대 이상을 꼽았다. 전직 공무원 박모(경남 함양군)씨는 “나를 포함해 친구들을 보면 노인이라 하면 노인다운 데가 있어야 하는데, 젊은 사람한테 노인된다고 하는 것 같다”라며 “70세 정도로 노인 기준을 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1985년 노인 연령 기준이 이 법에 처음 담긴 이후 35년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당시 68.9세에 불과했던 평균수명은 그새 82.7세(2018년)로 훌쩍 뛰었다. 과거에는 노인 문턱을 넘어서면 3~4년 내에 사망했지만, 요즘에는 노인인 채로 18년 가량을 살게 됐다. 신세대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노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55년생을 필두로 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올해부터 속속 만 65세에 도달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 노인들이 급증할 전망이다. 이들은 은퇴 뒤에도 활발하게 사회ㆍ경제적 활동을 한다.
1955년생 ’난 아직 젊어, 70대는 돼야 노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1955년생 ’난 아직 젊어, 70대는 돼야 노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회사원으로 은퇴한 뒤에 숲해설가로 변신한 오세길(서울 노원구)씨는 “아직 정신적ㆍ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낀다. 기회만 있다면 사회활동을 계속 하고 싶은 의욕이 있다. 스스로 노인이라고 인정하면 그런 욕구도 줄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왕성하다”라고 말했다. 임근순(강원 춘천시)씨는 “일자리만 주어진다면 감당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65세부터 노인이 되는게 서운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수영을 다니고 1년동안 병원에 가본적이 없을만큼 건강하다”며 웃었다.  
 
노년기를 인생의 황금기로 맞이하는 이들도 있다. 장금주(경남 창원시)씨는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장씨는 4년 전부터 호스피스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 중이다. 8시간씩 3교대를 한다. 고된 교대근무를 하면서도 그는 “일을 하다보니 적당히 긴장감있게 살고, 몸에 좋은 것도 더 챙겨먹어서 건강이 더 좋아졌다. 자식들도 처음에는 일을 말렸는데 지금은 ‘엄마 활기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다"며 자랑했다. 5세 위인 남편은 정년퇴직 뒤 주차관리 아르바이트를 한다. 두 아들은 결혼해 분가했다. “저는 걱정이 없어요. 애들 걱정도 없고, 나이가 있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서 살아온 시간 중에 지금이 제일 좋아요. 그저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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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이종석(전직 공무원)씨는 "별 걱정거리 없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2015년 7월 퇴직한 뒤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여행 다니고, 등산하고, 산악회장도 하고, 사람들 만나며 잘 돌아다니고 있다"며 "퇴직 후 해외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이틀은 산악회 등반을 간다. 새벽에 나가 저녁에 돌아온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현예·이에스더·이은지·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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