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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ICBM 도발 가능성, 정부 만전 기해야

중앙일보 2020.01.02 00:43 종합 30면 지면보기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비핵화와 평화에 반하는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해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 어두운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제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았다.
 

김정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 보게 될 것”
억지 위해선 한·미 연합방위체제 재정비해야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이른바 ‘새로운 길’은 지난 2년 동안 남·북·미가 공들인 북한 비핵화 협상을 순식간에 허물 것으로 예상돼 왔었다. 만일 북한이 지난 연말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ICBM과 같은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었다. 북한의 ICBM 발사나 핵실험 재개는 미국이 우려하는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북한이 지난 연말 ICBM을 쏘지 않았고, 이번 발표도 완전히 엇나가겠다는 최종 선언은 아닌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도 너무 위험한 선을 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게 뻔하다. 김 위원장에게도 ‘경제와 핵무력 병진노선’ 복귀라는 새로운 길에는 체제 유지의 큰 부담과 고민이 따를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 위원장은 매년 1월 1일 발표하는 신년사를 내지 못했다.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대북제재를 부분적이나마 해제해 줄지 여부다. 그러나 현재로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선뜻 완화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김 위원장이 재작년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향해 한 발짝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는 유엔과 미 의회 결의안, 미 대통령 행정명령 등으로 이중·삼중 얽혀 있다. 그런 터에 김 위원장 스스로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북한을 옭아맨 제재를 푼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북한의 이번 발표는 대결적 국면에 앞서 결국 짧은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다. 이 시간 동안 김 위원장에게 아마도 한 번의 선택 기회는 더 주어질 것이다.
 
정부로선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억지하면서 비핵화로 유도하는 게 급선무의 과제다. 북한이 지난 연말 ICBM 등을 발사하지 못한 것은 대북 억지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억지력은 한·미 동맹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협력에서 나온다. 그러니 군 당국은 ‘북 도발=패착’을 증명할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신속히 재정비해야 마땅하다. 섣부른 대북제재 완화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나라의 존엄을 지키자”는 김 위원장의 말은 역으로 촘촘한 대북제재가 통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철저한 위기관리 태세와 북한 비핵화 유도에 모든 전략·전술적 역량을 동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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