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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인구로 풀어 보는 쥐띠들의 2020년

중앙일보 2020.01.02 00:35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중년 이상 독자들은 어릴 적 새해가 오면 토정비결을 통해 한해 운세를 점쳐 보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 해 운세를 점치는 일은 정확한지가 아니라 새해에 가족들끼리 둘러 앉아 덕담을 주고받던 시간 자체로서 중요한 일이었다. 요즘 그런 시간을 갖는 가족들은 거의 없다. 어차피 운세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내용이 전 세계가 바로바로 소통하는 현재에 적용될 리도 만무하니 운세를 점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한해,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궁금하다.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인구학으로 2020년 새해를 풀어보면 어떨까? 올해가 경자년 쥐띠의 해이니, 60년생과 72년생 쥐띠들을 중심으로 한번 풀어보자.
 

60년생 쥐띠의 대규모 은퇴
시장을 바꾸는 핵으로 등장
정년 연장, 가계 지출 증가로
허리띠 졸라맬 72년생 쥐띠

먼저 60년생이다. 올해 이들은 정년이 되어 은퇴라는 매우 중요한 생애주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민간 기업을 다니던 60년 쥐띠는 이미 은퇴한 이도 많다. 경제적으로 은퇴는 퇴직금이라는 목돈이 생기는 때이기도 하지만 매달 들어오는 소득이 줄거나 없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행위건 소비행위건 60년생들의 삶은 올해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해 60년생 내국인은 약 87만 명에 달할 것이다. 2년 전 그 유명한 58년 개띠는 약 75만 명에 불과(?)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규모 인구집단의 은퇴는 우리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소득이 주니 소비도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백화점 소비는 말할 것도 없고 외식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워낙 인구가 많으니 소비를 위한 자산이 충분한 사람도 많다. 결국 60년생들의 평균 소비액은 이전에 비해 줄어들겠지만 1인 당 소비액은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이다. 금융 및 부동산은 어떨까? 한 때 귀농 귀촌이 유행이었지만 은퇴 후 서울 등 대도시를 빠져나간 선배들이 후회하는 걸 보니 현재 사는 집을 처분할 60년생 쥐띠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수입이 줄었고 앞으로 살날도 많으니(60년생 남자는 최소 24년, 여자는 28년을 더 살 것이다) 무언가 하긴 해야 한다. 경기가 좋으면 치킨집 등 자영업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도 아니다. 믿을 건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규제가 강화되어 그것도 쉽지 않다. 금리도 낮아 예적금도 답이 될 수 없다. 결국 시중 금리보다 약간이라도 높은 수익률은 보장하되 안전성이 낮지 않은 투자 상품에 60년생들의 금융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 72년생 쥐띠다. 올 해 만 48세가 되었고 현재 약 85만 명이 한국에 산다.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워낙 많은 72년생들이 해외 거주중이라 우리나라에 사는 숫자는 60년 쥐띠보다 적다. 한국의 만 48세는 대표적인 중간 관리자이며 소득의 정점에 다가가는 때다. 60년생들도 그랬다. 그런데 선배 쥐띠들이 이 시기에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소비지출도 많이 했던 것과는 달리 72년생들의 경제적인 여유는 그리 크지 않다. 이들은 20대 중반 나이에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취업과 결혼을 늦췄다. 덕분에 자녀들이 아직 학령기에 있거나 갓 대학에 진학했다. 비록 소득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교육비나 대학 등록금 등 자녀를 위한 지출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미 가격이 올라버린 부동산은 투자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선배들이 이 연령대에 접어들었을 때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은 물론 자산의 규모도 커졌지만 72년생들에게 2020년은 잘해야 본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안타깝다. 필자도 72년생 쥐띠다.
 
그런데 2020년은 72년생들에게 선배들은 경험하지 못한 매우 중요한 생각거리 하나를 던질 것이다. 정년 연장이다. 이미 작년에 부총리가 이야기를 꺼낸 바 있는 정년 연장 논의는 올해 총선을 지나면서 구체화 될 전망이다. 60년생들이 대규모로 은퇴하면서 생산 인구가 급감한 것도 이유겠지만 국민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이 현재의 제도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실제 정년 연장이 언제부터 몇 살로 될 것인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확실한 건 72년생들은 반드시 연장된 정년으로 은퇴할 것이란 사실이다. 회사에서 48세는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을 때다. 임원으로 승진하나 직원으로 남으나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시점이 같으면 당연히 승진해야 한다. 만일 정년이 연장된다면? 그것도 1년이 아니라 한 5년? 셈법이 복잡해진다. 임원이 되어 55세 즈음 회사를 떠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연봉은 낮더라도 직원으로 남아 연장된 정년을 누리는 것이 나을지.
 
인구학으로 예측한 60년생과 72년생 쥐띠들의 2020년은 당연히 토정비결의 그것과 다르다. 우리가 그간 겪은 적 없던 인구현상들로 사회도 함께 변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학이라는 망원경으로 내다본다면, 최소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는 생기지 않을까? 삶은 그 누구에게도, 쉬웠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쥐는 생존 능력이 높다. 경자년 한해 잘 버티자, 쥐띠 파이팅!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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