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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정부의 일방 과속…공감 못얻고 해법 꼬여”

중앙일보 2020.01.02 00:29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한국노총의 역사는 유구하다. 남로당 계열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에 대항해 1946년 3월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대한노총)으로 출범한 이래 74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민주노총에 제1노총의 지위를 내줬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정책이 민주노총의 세를 불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
비정규직 제로 선언…‘큰일’ 걱정
100년 내다 볼 사회적 대타협 필요
민주노총, 사회적 책임 고민해야
두 노총 선명성 경쟁은 공멸의 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난달 2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달 말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한국노총은 현 정부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 시절 정책협약도 체결했다. 그 주역은 김 위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뜻밖의 얘기를 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회사를 도외시한 일방 투쟁의 시대는 지났다“며 ’노동문제는 단번에 안 풀린다. 사회적 대화로 차근차근 풀어야 하고 경사노위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현장에는 ‘법대로’보다 자율성에 기초한 낭만과 정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경록 기자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회사를 도외시한 일방 투쟁의 시대는 지났다“며 ’노동문제는 단번에 안 풀린다. 사회적 대화로 차근차근 풀어야 하고 경사노위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현장에는 ‘법대로’보다 자율성에 기초한 낭만과 정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경록 기자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을 평가한다면.
“여러 수사(修辭)가 만들어지고, 프레임화했다. 그런데 정책이 제대로 굴러갔는지는 의문이다. 정책이 과속 페달을 밟아 노동존중이 흐트러지고, 사회적 공감을 못 얻는 상황이 전개됐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을 때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지지자가 한꺼번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봤다. 비정규직 문제는 선언 한마디로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어서다.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할 사안마다 정부가 너무 내달렸다. 최저임금도, 근로시간 단축도 그랬다. 뒤늦게 보완한다고 하니 노동계에선 ‘줬다 뺏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 기대치만 높이는 탓에 해법 찾기가 어려워졌다. 정부 혼자 내달리니….”
 
현 정부 출범 초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 단계별 대화를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었나.
“그렇다. 차근차근 풀어가자는, 과속 방지용 제안이었다. 대표자회의로 안건을 추리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작은 것부터 합리적 대안을 찾아보자는 뜻이었다. 노동의 문제는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된다. 그래서 풀기 어렵고 단번에 풀리지도 않는다. 현 정부가 진전된 상황을 만든 건 인정하지만 노사정이 맞물려 있다는 걸 놓치고 있다.”
 
사회적 대화의 가치를 역설해왔다.
“‘되지도 않는 걸 왜 하느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투쟁보다 대화로 조금씩 양보하면 길이 보인다. 다 만족할 수는 없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트라우마가 노조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화하면 어용이고, 노조는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맞는 건 아니다. 다음 100년을 내다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했다.
“안타깝다. 노총 간 갈등도 있었다. 기업 단위에선 합의가 되는데, 국가 단위에선 왜 테이블에 논점을 올려놓고 논의를 못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노사문제를 법원 등 사법기관으로 들고 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규율해달라고 요청하는 노사는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노사문제에 대해 ‘법대로’라고 얘기하면 곤란하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사는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자율성에 기초해야 한다. 산업현장에도 낭만과 정(情)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노동개혁을 화두로 꺼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의 노동개혁은 저항에 부딪힌다. 그보다 노사가 협력적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 실직해도 가장으로써 당당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지킬지, 설령 실직해도 신속히 재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직업훈련시스템의 획기적 개조와 고용서비스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나도 자격증(PT 전문가)을 땄는데, 쓸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이런 자격증이 많다. 결국 혈세(훈련비)만 낭비하는 거다.”
 
경제가 어렵다. 노조의 협조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가 회사를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아는 회사는 경영난에 노사가 희망퇴직을 받고, 상여금을 반납키로 했다. 대신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는 안을 마련했다. 노조가 투표에 부쳤더니 100% 찬성했다. 몸담은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노조는 없다. 회사가 투명하게 경영하고 심금을 터놓고 협조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노조조직률이 발표된 이틀 뒤(27일)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제1노총 지위를 72년 만에 내려놨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제1노총이 빠져 대표성 논란마저 인다. 노사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민주노총이 없다고 경사노위를 부정하면 안 된다. 사회적 대화는 시대 소명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책임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경영계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변화도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출범 초 경총이 고사 위기에 몰렸을 때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제안하면서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세워줬다. 그 뒤 변화가 없다. 경총 내부 문제가 복잡한 것으로 안다. 이젠 경총이 경제 주체 누구나 수용 가능한 합리적 정책을 내야 한다. 싸움의 상대로 노조를 대하면 사회적 파트너 대접을 못 받는다.”
 
가세(家勢)가 기울어도 가장은 가장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두 노총의 조직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됐다고 우리도 선명성 경쟁을 할 것으로 우려하는데, 오산이다. 그러면 공멸한다. 우리는 정책 노총으로서 국민과 함께 할 것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 1961년 경북 상주 생
- 원광대 전기공학과 졸업, 경영학 박사
- 86년 한국전력공사 대졸 공채 입사
- 2002년 전국전력노조 위원장(4선)
- 2003년~2017년 한국노총 부위원장
- 2011년 금탑산업훈장
- 2017년 2월(~2020년 1월) 한국노총 제26대 위원장
 
◆주요경력
-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정책협약 체결
- 2017년 9월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제안→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본격화
- 2018년 7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항해 한일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한국노총·일본 렌고 합의문 채택
- 2019년 1월 광주형 일자리 최종 협약안 의결
- 2019년 2월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책, 노사정 합의 타결
- 2019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와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합의
- 포스코, 삼성전자, 국공립대 조교 노조 설립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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