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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론] 북·미 관계 거친 파도 앞에 놓인 한반도 안보

중앙일보 2020.01.02 00:27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변했다. 한국 경제는 이제 세계 10위권에 와 있다. 국민의 생활 수준도 높아졌고 한류는 세계를 춤추게 하고 있다.
 

전망 2020
미 대선 겹쳐 불확실성 정점 우려
비핵화 원칙, 한·미동맹이 정공법

그런데 지난 20년간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한 북·미 관계 악화와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이다. 올해는 불확실성이 정점을 향해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2000년대 들어 북·미 관계는 미·중 관계, 북한 내부 상황, 그리고 북한의 군사 기술적 필요성이라는 변수들에 의해 형성됐다. 미·중이 합의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했던 2003년에 6자회담이 만들어졌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2008년 이후 북한이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거의 완료된 2016~2017년에 연이은 전략 도발을 했던 이유다.
 
이런 변수들은 올해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미·중 관계는 패권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에 북한은 유용한 대미 협상 카드다. 이 카드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이 김정은을 더 대담하게 할 것이다.
 
북한 내부 상황은 절대 독재로 가고 있다. 장성택 처형과 주요 인사들 숙청 이후 누구도 김정은에게 직언할 수 없는 구조다. 군사 기술적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진척시켰을 장거리미사일 기술을 실제로 시험해보고 싶을 것이다. 이들이 신년사를 대신한 당 중앙위원회 결정에서 정면돌파를 주장한 배경이다.
 
그런데 새해에는 특별한 변수가 하나 더 있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다. 지난 20년간 다섯 번의 미국 대선이 있었음에도 2020년이 특별한 것은 다른 미국 대통령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났고, 그 결과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성과라고 내세웠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역시 과장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대선 쟁점이 되면 다른 문제다. 실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의 대응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재선 가능성이 작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하원의 탄핵소추가 상원으로 넘어간 상황이지만 공화당이 다수여서 기각될 전망이다. 떠오르는 민주당 대선 주자도 없어 여름 이후 1대 1의 구도가 형성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을 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민주당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활용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트럼프의 지지율이 낮아지게 되면 그는 극약처방을 선택할지 모른다. 전쟁 중에 재선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이 없다는 미국 역사의 교훈이 말로만 듣던 ‘코피 작전’을 실제 목격하게 만들지 모르는 불안한 한 해가 될 수 있다.
 
해법은 있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으면 된다. 미국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4개 항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끝내 비핵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답도 정해져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고 장기적 관점에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과거 정책들을 실패로 단정하고 북한의 의도에 대해 헛된 믿음을 고집하는 것이다. 20년 전 북한은 핵 보유의 길을 택했지만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핵을 빼면 모든 면에서 한국을 따라올 수 없다. 한국은 핵을 포기했지만, 경제를 발전시켜 북한보다 수십 배 이상의 힘을 쌓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며 북핵 위협에 대응해오고 있다.
 
대화를 명분으로 비핵화를 포기하거나 경제를 퇴행시키거나 한·미 동맹을 약화하지만 않으면 된다. 거센 파도가 밀려오지만, 정신 차리고 중심을 잘 잡는다면 순항이 가능할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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