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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0년 만에 최대폭 감소…“정부, 삼성·하이닉스만 쳐다봐”

중앙일보 2020.01.02 00:03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해 수출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월별 수출은 13개월째 뒷걸음질쳤다.
 

월별 수출은 13개월째 뒷걸음질
정부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자찬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되길 기대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542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연도별 수출은 2016년에 직전 연도보다 5.9% 감소한 뒤 2017년 15.8%, 2018년 5.5% 연속 증가하며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국면, 홍콩 사태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반도체, 석유제품 등의 업황이 부진한 것이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도체 부진이 전체 수출액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5.9%나 감소했다.  
 
D램과 낸드 등 한국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가 하락하고 반도체가 많이 쓰이는 글로벌 IT기업 데이터센터가 수요를 크게 줄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수출과 수입을 더한 총무역액은 지난해 1조456억 달러를 기록했다. 3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었다. 역대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이다.  
 
무역 규모 순위는 2013년 이후 7년 연속 9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흑자는 391억9000만 달러로 11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는 수출 부진보다 무역 1조 달러 달성 의미를 부각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해소 가능성, 세계 경기회복 전망 등이 주 근거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 증가한 560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내심 기대하는 대목은 반도체 업황 회복 가능성이다. 징후는 보인다. 물량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째 늘고 있다. 문제는 수출 단가인데, 요즘 추세를 보면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지난해 12월 고정거래가격은 2.81달러다. 전달과 같은 수준을 기록하며 하락세가 멈춰섰다. 낸드플래시는 이미 오름세다. 128Gb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12월 4.42달러로 한 달 전보다 2.55% 상승했다. 시장 반도체 가격은 수출 단가와 직결된다.
 
반도체 회복은 역설적으로 ‘반도체 쏠림’이라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18년 20.9%에서 지난해 17.9%로 떨어졌지만, 반도체 수출이 올해 반등할 경우 다시 20%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부가 반도체 이외의 먹거리를 키우지 못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쳐다보는 모양새”라며 “반도체 외끌이 경제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성장 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 및 경영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하남현·김도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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