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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AI” 정의선 “로보틱스”···대기업들 ‘주력사업 잊어라’

중앙일보 2020.01.01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20년. 재계의 공통된 관심은 ‘변신’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수요 위축으로 인한 주력 산업의 정체,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위주로 급변하는 세계 산업 지형이 그 배경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변화 중이다. 앞으로 변화는 더 많아질 것이고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말이 2020년을 맞은 기업들의 상황을 잘 표현한다.  
 
2020년 주요 그룹 어디로 향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년 주요 그룹 어디로 향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력사업 잊어라, 신사업 올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기업들은 사업과 조직 두 축에서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변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사업적 측면에선 기존의 주력 사업을 탈피하는 수준으로 새 판을 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자동차를 만드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나머지는 개인항공기(PAV), 로보틱스 등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3대 기업으로 서는 게 목표다. 
 
SK그룹과 LG그룹의 새해 관심도 기존 주력 사업과는 사뭇 다른 ‘모빌리티’다. SK는 전기차 배터리부터 인포테인먼트·반도체·자동차 소재까지 그룹이 보유한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SK는 오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0’에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한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계기판 모습 [사진 LG]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계기판 모습 [사진 LG]

‘가전의 강자’ 이미지인 LG도 모빌리티를 성장 분야로 점찍고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LG이노텍의 차량용 모터·센서,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등이 시너지를 내는 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 사업은 인수 등을 통해 빠르게 키워 나가고, 비핵심 사업은 신속한 조정을 진행하는 작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 ‘상시화’…사업재편 가속

주요 기업들의 사업·조직 재편은 각 그룹의 화학·에너지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주력인 석유화학부문이 업황 부진 국면에 들어선 만큼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회사 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주목된다. 한화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간 통합법인인 ‘한화솔루션’이 출범하고, 롯데도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가 합병해 통합 케미칼 대표 아래 기초소재산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한화]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한화]

 
서로 성격이 다른 두 부문이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한편, 기존 유화사업과 첨단소재 사업간 결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편이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사업과 제품도 유연하게 생산한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고효율 제품인 태양광 단결정(모노) 전지(셀)와 모듈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공장 설비 전환에 들어갈 계획이다.
 

외부와 손잡는 ‘개방형 혁신’ 대세

삼성은 세계 TV 1위, 메모리반도체 1위, 스마트폰 1위 기업이다.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다음 엔진’이다. 삼성은 올해 시스템 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5G(세대)이동통신, 자동차전장 반도체 등 신사업 육성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인텔·퀄컴·소니 등이 차지하지 못한 영역을 노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AI 기술 발전으로 라이프스타일도 급변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생각의 한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2019년 8월 전남 광주사업장)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8월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8월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목표는 미래 자율주행차나 AI, 5G 이통통신 비메모리 시장에서 현재의 강자들보다 먼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조한다. AI 분야에서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 위구연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 인력들과 겸직을 허용하며 혁신의 수혈에 힘을 쏟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한 벤처 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 벤처스’ 역시 올해 투자 규모를 늘렸다. 투자한 업체들과 LG 계열사와의 협업도 늘린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혁신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첫째도 둘째도 ‘디지털 혁신’ 

롯데는 유통계열사 온라인몰 상품을 한 데 모은 '롯데ON'을 출시한다. [사진 롯데]

롯데는 유통계열사 온라인몰 상품을 한 데 모은 '롯데ON'을 출시한다. [사진 롯데]

‘디지털 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임직원의 사고 전환이 관건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CSO(Chief Strategy Office) 부문을 신설해 미래 준비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구 대표는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12시간 토론을 했다. 
 
SK는 임직원 디지털 교육을 위해 올해부터 전사적 교육 플랫폼인 ‘SK 유니버시티(University)’를 출범시킨다. 
롯데는 사업 현장에서 온라인 경쟁력을 대폭 강화한다. 2020년 상반기 쇼핑 앱(App)인 ‘롯데 ON’을 선보이고 백화점·마트·홈쇼핑·하이마트 등 온라인몰 상품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2023년까지 e커머스 규모를 지금의 3배인 2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샬롯’이라는 AI 통합브랜드를 강화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라"고 강조했다. (2019년 7월 사장단 회의)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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