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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고 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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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말기 위암 생존율 4배 뛰었다···‘기적의 수술’ 항암제의 비밀

중앙일보 2020.01.01 05:00 종합 23면 지면보기
미국 교포 50대 위암 4기 환자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기 전후의 모습. 암세포가 췌장으로 전이돼 두 장기가 붙어있다(Before). 4차례의 항암치료를 받고 췌장의 암세포가 떨어져나가 두 장기가 분리됐다(After). 위암 4기가 2기로 낮아지면서 최근 수술을 받았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미국 교포 50대 위암 4기 환자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기 전후의 모습. 암세포가 췌장으로 전이돼 두 장기가 붙어있다(Before). 4차례의 항암치료를 받고 췌장의 암세포가 떨어져나가 두 장기가 분리됐다(After). 위암 4기가 2기로 낮아지면서 최근 수술을 받았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은 한국인 1위 암이다. 2017년 한 해 2만9685명이 걸렸다. 위암은 남자의 암이다. 남자가 1만9916명, 여자가 9769명이다. 전체 암 발생의 12.8%를 차지한다. 위암의 5년 생존율은 계속 올라간다. 1995년 43.9%에서 2017년 76.5%로 올랐다. 같은 기간 10년 상대 생존율도 40.6%에서 70%로 올랐다. 치료 기술이 좋아지고 약이 좋아지고 조기 발견이 늘어나면서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강남세브란스 노성훈,서울성모 서호석 교수
"위암 4기 희망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항암제 투여해 암 크기·범위 줄여 전환수술
생존기간 6개월~1년→2년2개월로 늘어나

 하지만 암 세포가 멀리 번진 경우는 다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이런 원격 전이 환자(4기와 비슷)가 전체의 10.9%이며 5년 상대 생존율(2013~2017년 발생)은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4기 환자의 새로운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 소위 '전환 수술(Conversion surgery)'이다. 4기 환자는 말기로 불리기도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노성훈 특임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박조현·서호석 교수 등이 선구자다.  
 
항암제를 써서 암 세포 크기나 범위를 줄인 뒤 수술하는 게 골자다. 노 교수는 2005~2012년 4기암 101명을 전환수술로 치료했다. 그랬더니 평균 생존기간이 26개월로 늘었다.일반적 말기 환자(대개 6개월~1년)보다 최대 4배 늘렸다. 서울에 사는 허모(30)씨는 2017년 속이 너무 쓰려 병원 갔더니 말기 진단을 받았다. 2년 간 항암치료를 했더니 위와 대동맥림프절의 암 세포가 크게 줄었다. 올 6월 노성훈 교수한테서 위 부분 절제와 림프절 절제 수술을 받았다.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았다. 허씨는 "음식을 잘 먹고 있고, 몸과 마음이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의 50대 교포 위암 4기 환자도 미국병원의 항암치료 제의를 거부하고 한국으로 와서 최근 전환수술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4차례 받았더니 췌장에 전이된 암 세포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2기로 낮아졌다. 최근 전환수술을 했고,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다. 
강남세브란스 노성훈 교수(가운데)가 위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 노성훈 교수(가운데)가 위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박조현·서호석 교수팀이 2010~2015년 가톨릭의대 산하 8개 부속병원 외과에서 4기 위암 진단을 받은 419명을 분석했다. 212명은 항암제만 투여, 124명은 위 절제수술 후 항암제 투여, 23명은 전환수술, 60명은 별 치료를 안한 환자군이다. 전환수술 환자의 3년 생존율이 42.8%로 항암제만 투여한 환자(12%)보다 높았다. 노 교수에게 전환 수술을 물었다.
노성훈 교수(左), 서호석 교수(右)

노성훈 교수(左), 서호석 교수(右)

-어떤 수술법인가.
"환자에게 먼저 항암제를 대개 5~6사이클(1사이클은 3주) 투여한다. 전이 암 세포가 죽거나 줄어든다. 위암도 줄어든다. 2~3사이클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검사한다.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면 전신마취해서 복강경(배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는 진단법)으로 복막 전이 상태를 확인한다. 항암제의 효과가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수술을 한다. 항암제로 치료하다가 수술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전환수술이라고 한다.이런 조건을 충족해야 전환수술 대상이 된다."
-그냥 수술하면 되지 않나.
말기 위암 전환수술이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말기 위암 전환수술이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암 세포가 퍼진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암 크기를 줄이면 수술할 수 있게 바뀐다. 전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간에 전이돼 있으면 항암제를 써서 암 세포를 없애거나 여러 군데 퍼진 것을 한 두군데로 줄인 뒤 위와 간을 같이 수술하는 식이다."
-수술하면 끝인가.
"보조적 항암제를 투여한다. 수술 전에는 강한 항암제를, 후에는 약한 것을 쓴다. 항암제 투여 기간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는다."
-어떤 환자가 해당하나.
"전이 암 세포가 복강(배안)을 벗어나지 않아야 가능하다. 복막(복강을 따라 내장 기관을 싸고 있는 얇은 막)·간·대동맥주변 림프절에 전이된 환자가 해당한다. 대장·장간막·난소 등에 전이된 경우도 가능하다. 다만 뇌·폐·뼈에 전이됐으면 불가능하다."

-생존기간 연장이 의미 있나.
"말기환자에게 26개월은 대단한 시간이다. 평균이 이 정도이니 완치된 사람도 있다."
 
서호석 교수는 "4기 환자 중 전환수술 대상은 30%에 못 미친다"며 "대동맥주변 림프절이나 간에 위암 세포가 전이된 환자가 대상에 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교수와 일문일답.
-전환수술이 언제 시작됐나.
"2000년대 초반 시작됐고 그 무렵 일본에서 처음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도 계속 시도했고, 데이터가 조금씩 쌓이면서 2014년 처음 논문(영남대)이 나왔다. 아직 표준치료가 아니다. 틀을 잡아가는 단계다. 전환수술을 하면 아무래도 일반 항암치료 환자보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 편이다."
-표준치료가 아닌 이유는.
"교과서에 실려야 표준치료이다. 환자 사례가 많지 않아 근거가 덜 축적됐다. 일본 주도로 한국·중국 등이 참여해 국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좀 더 폭넓게 인정됐으면 좋겠다."
 
환자 허씨는 "다른 말기환자와 소통을 안하려고 노력했다. 공포가 전염될까봐서다. 완치된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성훈 교수와 서호석 교수의 당부다. 
"보통 위암 4기라고 하면 절망하고 포기하는데, 과거 같으면 절대 생각도 못한 전환수술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포기하면 희망이 없어집니다. 절대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개 구충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주치의를 믿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합니다."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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