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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세원 1주기···"아빠처럼 용기있는 삶 살게요" 아들의 눈물

중앙일보 2019.12.31 15:58
“아직도 우리 아빠가 이 세상에 안 계시단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늘 저와 함께 하신다는 걸 알기에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마음껏 우리 아빠를 그리워해주세요.”
 

12월 초 YTN라디오 추모 콘서트
강북삼성병원, 31일 묵념 진행해

지난 3일 YTN라디오가 주최한 고(故) 임세원 교수 1주기 추모 콘서트 ‘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에 앳된 얼굴의 소년이 등장했다. 소년은 무대에 올라 준비해온 인사말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지난해 마지막 날 아빠를 황망히 떠나보낸 임 교수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는 청중들을 향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한 뒤 “우리 아빠는 정말 사랑이 많고 다정한 분이었으며 정말 열정적이었다. 환자들을 향한 열정과 사랑만큼 가족에 대한 사랑 또한 깊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떨렸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빠에게 받은 사랑과 아빠의 용기 있는 삶을 기억하며 저 또한 사랑과 용기 있는 삶을 살겠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지난 3일 YTN라디오가 진행한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콘서트에서 김호성 YTN라디오 상무가 임 교수 부친(오른쪽)에 의사자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YTN라디오 제공]

지난 3일 YTN라디오가 진행한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콘서트에서 김호성 YTN라디오 상무가 임 교수 부친(오른쪽)에 의사자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YTN라디오 제공]

임세원 교수는 2018년 마지막 날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이달 초 추모 콘서트를 시작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째 되는 날인 31일까지 곳곳에서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추모 콘서트에는 임 교수의 부인과 두 아들, 부모님 등 온 가족이 함께했다. 임 교수 부인은 그 자리에서 “병원이니까 다치긴 했어도 큰일은 없겠지 했는데 그런 큰 상황인지 정말 몰랐다"며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중환자실에 몇 달 있어도 되니까…. 그렇게 간절히 빌었는데 두 시간 뒤 사망선고를 들을 줄 몰랐다. 12월이 되니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며 울먹였다. 
 
애써 슬픔을 누르며 “하늘에 있는 남편도 ‘날 생각해주는 많은 분이 있구나’ 하면서 오늘 하루 같이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YTN라디오 PD는 “유족분들이 정말 행복해 하며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지난 3일 YTN라디오가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콘서트 직후 임 교수 부친에게 전달한 의사자패. [사진 YTN라디오 제공]

지난 3일 YTN라디오가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콘서트 직후 임 교수 부친에게 전달한 의사자패. [사진 YTN라디오 제공]

임 교수가 끝까지 환자를 돌봤던 강북삼성병원 한쪽에는 31일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임 교수의 이미지가 새겨진 그림이 세워졌고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아빠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대. 내가 아빠 빨리 낫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으니까, 이 꽃잎 잃어버리면 안 돼.”
 
그가 허리 통증으로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었던 시절 당시 유치원을 다니던 둘째 아들이 그에게 했던 말이다. 그가 우울증 극복기를 담아 2016년 출간한『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 소개한 이야기다.
이날 오후 5시에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임 교수를 위한 추모 묵념을 진행한다. 병원 관계자는 “한 자리에 다 같이 모여 하는 건 아니고, 안내방송을 한 뒤 각자 자리에서 원하는 분에 한해 묵념을 한다”고 말했다.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1주기인 31일 강북삼성병원에 마련된 임 교수 추모 공간. [사진 강북삼성병원 제공]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1주기인 31일 강북삼성병원에 마련된 임 교수 추모 공간. [사진 강북삼성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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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대표단체도 그를 애도했다. 의협은 이날 “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력이 여전하며 1년간 바뀐 게 없다. 비상벨 설치, 보안인력 배치, 폭행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진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의료기관 내 안전문제는 단순히 의료진만이 아닌 진료받으러 온 환자의 안전과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생명 및 건강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안전수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망설여선 안 된다”고 적극적인 지원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날 병협은 추도 성명을 통해 “1년 전 환자 진료에 매진했던 고 임세원 교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년 새 병원들은 환자 폭행에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진료실에 방패용 액자를 비치했다. 환자가 무기를 휘두를 경우 보호 장비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강북삼성병원이 임세원 교수가 사망한 뒤 진료실에 배치한 방패용 액자. [사진 강북삼성병원 제공]

강북삼성병원이 임세원 교수가 사망한 뒤 진료실에 배치한 방패용 액자. [사진 강북삼성병원 제공]

 
병원 관계자는 “모든 외래 진료실과 환자들과 접촉하는 부서 등에도 일부 배치됐다”며 “원하면 호신용 스프레이도 지급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진료실에서 비상벨을 누르면 보안 초소로 수신호가 가는 동시에 진료실 밖에서도 비상상황임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도록 문 밖에 빨간색 점등이 켜지는 시설도 갖췄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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