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일동포 모국어교육 日 '조선학교' 존폐 위기…10년새 학생수 40% 줄어

중앙일보 2019.12.31 11:39
지난 3월 14일 일본 후쿠오카지방재판소 고쿠라지부가 규슈조선중고급학교 졸업생 68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고교 무상교육에서 조선학교를 배제한 것은 차별'이라며 75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주변에 있던 이 학교의 여학생들이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4일 일본 후쿠오카지방재판소 고쿠라지부가 규슈조선중고급학교 졸업생 68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고교 무상교육에서 조선학교를 배제한 것은 차별'이라며 75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주변에 있던 이 학교의 여학생들이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무상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계 재일동포 교육기관인 조선학교의 학생수가 10년 새 4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대학교(도쿄도 고다이라시 소재)를 제외한 유치부·초·중·고 학생 수가 지난 5월 기준 5223명으로 집계됐다고 산케이신문이 31일 전했다. 
 

고교 이어 보육무상화서도 제외돼
70년대 4만6000명→5000명대 급감
北 찬양, 시대착오적 교육도 문제
우경화로 도쿄한국학교 증설 가로막아

1970년대 초 4만6000명에 달했던 학생 수는 2000년대 이후 급감하고 있다. 2009년 무렵 1만명선이 붕괴됐고, 최근엔 5000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른 학교 통폐합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2009년 76개교(11개교는 휴교)였던 일본 전역의 조선학교는 올해 64개교(3개교 휴교)로 줄었다.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무상교육에서 배제하면서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2010년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면서 조선학교도 다른 외국인학교와 마찬가지로 적용 대상에 넣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키자 당시 민주당 정부가 조선학교를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후 조선학교 측은 민족 차별이라며 도쿄, 나고야, 오사카, 히로시마 등 각 지역 법원에 제소했다. 이중 도쿄, 오사카 지방법원은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설상가상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보육 무상화 대상에서도 조선학교 유치부는 제외됐다. 통상 유치부에 입학해야 조선학교 초·중·고로 진학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조선학교 붕괴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학교의 위기는 복잡한 재일동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도쿄, 오사카, 교토의 4개 한국학교(지난해 10월 현재 총 2227명 재학)를 제외하면 모국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조선학교가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그간 한국 국적이나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동포의 자녀들 중 조선학교를 다니는 경우도 상당했다. 조선학교 학생 중 절반은 한국 국적이란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한국 국적이지만 북한 축구대표팀으로 뛰었던 ‘인민 루니’ 정대세(시미즈 에스펄스 소속)도 조선학교 출신이다.
 
재일동포들은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을 호소해왔다. 다만 동포 사회 내에서도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등 시대착오적인 조선학교의 교육에 대한 비판이 줄곧 제기돼왔다.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때마다 조선학교가 우익의 표적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지하 1층의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경한국학교 초등학교 학생들. [중앙포토]

지하 1층의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경한국학교 초등학교 학생들. [중앙포토]

한국 정부와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이런 사정과 모국어 교육 수요를 감안해 도쿄의 한국학교 증설을 숙원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도쿄 거주 한국 국적 학령인구(6~21세)는 1만5000여명인데 반해 도쿄에 한 곳뿐인 한국학교(동경한국학교)의 정원은 1400명에 그친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가 발목을 잡는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016년 부임하면서 전임 지사가 한국에 약속했던 임차 형식의 한국학교 부지 제공을 백지화시켰다. 고이케는 도쿄도의 공공용지는 도민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라면 일본 국민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면서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재일동포는 비국민, 비도민인 셈이다. 이처럼 재일동포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상황이 조선학교를 포함한 일본 내 모국어 교육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