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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이상 안먹어야 '꼬르륵'…장 청소 신호랍니다

중앙일보 2019.12.31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61) 

신개념 건강 다이어트법 - 간헐적 단식(1)
 
경자년(庚子年) 새해에 여러 가지 목표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바로 다이어트다. 매년 이번에야말로 꼭 성공해야지 하고 굳게 결심해보지만, 나의 의지가 약해서 인지 매번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은 원래 그렇다.
 
잠을 안 자겠다고 아무리 결심을 해도 2~3일을 버틸 수 없듯이, 적게 먹겠다고 하는 결심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형태의 저칼로리 식이 다이어트 방법은 3개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우리 몸에 음식물이 적게 들어오면 몸에서는 기초대사량을 같이 줄여버린다. 그래서 일시적으로는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 같다가도 이내 정체기가 오고, 순간적으로 방심하면 바로 요요현상이 와서 체중이 더 늘어나게 된다.
 
다이어트 하면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을 생각한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빠지다가 반드시 정체기가 오게 되어 있다.[사진 pxhere]

다이어트 하면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을 생각한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빠지다가 반드시 정체기가 오게 되어 있다.[사진 pxhere]

 
이처럼 다이어트는 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다이어트를 해서 줄어든 체중을 5년간 유지 할 수 있는 확률은 5%에 불과하고, 10년을 유지하는 것은 0%에 수렴한다.
 
다이어트 하면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을 생각한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빠지다가 반드시 정체기가 오게 되어 있다. 몸에서 기초대사량을 줄여버리기 때문이다. 근육이 빠지고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먹기 시작하면 요요 현상이 일어나서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된다.
 
비만 -〉 저칼로리 다이어트 -〉 기초대사량 저하 -〉 요요현상 -〉 비만
 
그래서 다이어트의 성공은 어떻게 하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살을 빼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방법이 바로 간헐적 단식이다. 우리가 세끼를 제때 챙겨먹는 것이 건강한지, 아니면 비정기적으로 단식을 하는 것이 건강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사이에 견해가 엇갈린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먹을 것이 풍부해질수록, 인간의 욕망이 많아질수록 간헐적 단식이 유리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많이 알려진 간헐적 단식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16:8 간헐적 단식
공복시간을 16시간 확보하는 것은 음식물 섭취를 줄이면서도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지 않으므로 요요현상을 예방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사진 pexels]

공복시간을 16시간 확보하는 것은 음식물 섭취를 줄이면서도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지 않으므로 요요현상을 예방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사진 pexels]

 
마틴 벌칸이 제안한 방식으로 하루 24시간 중 8시간만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머지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저녁식사를 8시에 끝냈다고 하면 다음날 낮 12시에 점심을 먹으면 된다. 결국 저녁식사 후에 간식을 먹지 않고, 다음날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을 먹으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을 주 5~7회 실천한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요즘 아침을 안먹는 사람들도 많은데, 밤에 음식물만 안 먹으면 된다니 말이다.
 
공복시간을 16시간 확보하는 것은 음식물 섭취를 줄이면서도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지 않으므로 요요현상을 예방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나면 우리는 ‘배가 고프다’ 또는 ‘배꼽시계가 음식을 넣어달라고 신호를 보내니 음식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꼬로록’ 소리는 장이 꿈틀거리면서 소장에 남아있는 노폐물을 아래로 밀어내리는 청소시스템이 작동하는 소리다. ‘이동복합운동(Migrating Motor Complex)이라 부르는 이 운동은 식후 4~5 시간이 넘어서 소장이 비워지고 음식물이 대장으로 넘어갔을 때 만 일어난다.
 
보통 100분 간격으로 장이 꿈틀거리게 되기 때문에 공복시간이 10시간 이상이 되어야 효과적으로 장청소가 일어난다. 만약 꼬로록 소리가 난다고 음식을 먹는다면 장청소 시스템은 멈추고 장은 깨끗하게 청소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의학은 소장 기능 이상이 각종 면역질환과 난치병의 근본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소장을 잘 청소할수록 즉, 공복시간을 12시간 이상 유지할수록 몸은 건강해 질 것이다.
 
소장만 청소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두뇌에도 청소 시스템이 있다. 최근에 밝혀진 연구에 의하면 두뇌 안에는 글림프시스템(Glymphatic system)라고 불리우는 청소시스템이 있어서 뇌척수액이 뇌의 교세포를 타고 뇌 실질 안으로 구석구석 스며들었다가 노폐물을 씻어내어 림프관을 타고 빠져나간다.
 
뇌의 청소시스템은 특히 치매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단백질 등을 성공적으로 청소해 낸다. 공교롭게도 글림프시스템도 우리가 숙면을 취할 때 만 작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복과 숙면으로 장과 뇌가 쉬어 줄 때 우리 몸의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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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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