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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표결 2시간 전, 조응천 찾은 총선실무 윤호중

중앙일보 2019.12.31 05:00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에 임명된 윤호중 사무총장이 지난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에 임명된 윤호중 사무총장이 지난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30일 오후 3시 40분께 국회 의원회관 312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불쑥 나왔다. 공수처법 표결을 위해 오후 6시로 예고된 국회 본회의가 불과 2시간 남짓 남았을 때였다.
 
윤 총장은 기자와 마주치자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공수처 표결과 관련해 조 의원과 말씀을 나누신 것이냐"는 물음에 겸연쩍은 웃음으로 즉답을 피하는 듯했던 윤 총장은 짧게 한마디를 했다. "분위기 좋았다. (조 의원과는) 친구인데 뭘…"
  
윤 총장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총선 밑그림과 실무를 총괄하는 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공천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 윤 총장이 공수처법 표결 직전에 조 의원을 직접 찾아간 것을 두고 익명을 원한 민주당 한 의원은 "공수처법 찬성을 설득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앞서 지난 27일 비공개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 친여 성향 군소 야당의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법 합의안에 대해 '고위공직자 범죄사실 인지 즉시 통보' 조항 등을 문제삼으며 "과하다"는 반대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과의 면담이 조 의원의 심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걸까. 이날 오후 7시께 치러진 공수처 설치법 표결에서 조 의원은 예상과 다르게 찬성 표를 던졌다. 조 의원은 앞서 본회의 직전인 오후 5시 30분 소집된 당의 비공개 의총에서 공수처 법안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의총 참석 의원들에 따르면, 조 의원의 발언 내용은 이랬다.

 

"공수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한다. 공수처를 설치하면 문재인 정부의 '레거시(legacy·유산)'가 되지만 야당과 언론이 반대하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면 그게 레거시가 될 수 없다. 나도 (법조) 전문가인데 그 동안 공수처법 논의에서 배제됐다가 나중에 '어이쿠' 하면서 알게 됐다. 이게 어떻게 당론인가.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공수처법 찬성) 당론이 정해지면 승복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왼쪽)과 금태섭 의원이 지난 4월 1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왼쪽)과 금태섭 의원이 지난 4월 1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조 의원 발언 이후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민주당은 사실 공수처법 통과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자당 금태섭 의원이 이미 공개적으로 공수처 반대 목소리를 내온 데다 4+1 협의체 내부에서도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박주선·김동철 의원이 최근 공수처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면서다. 공수처법 부결 시 여당이 회복하기 힘든 후폭풍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윤 총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표 단속'을 위해 마지막까지 분주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주승용도 막판 설득 대상

민주당의 막판 설득 대상에는 국회부의장인 주승용 의원도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문희상 국회의장 대신 본회의 사회를 본 주 의원은 4+1 공조 틀 안에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주 의원은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에 대해 반대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곧장 주 의원 발언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우리와 친한 쪽에는 찬성표 확보 차원에서 '왜 반대하시느냐, 뭐가 문제인가'라고 물어볼 수 있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의중을 물어봤다"며 "주 의원은 '공수처법에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었고 전반적인 필요성을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결국 30일 공수처법 표결에서 찬성 표를 던졌다. 이날 본회의 직전 가진 4+1 원내대표급 회동에서 민주당이 군소 야당 대표들에게 ‘농어촌 지역구 보장’을 약속한 것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법이 더 위험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투표가 예정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육탄저지를 뚫고 의장석에 착석한 뒤 물을 마시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개정안' 투표가 예정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육탄저지를 뚫고 의장석에 착석한 뒤 물을 마시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작 민주당이 통과 가능성을 우려했던 건 공수처법보다 선거제 개편안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선거법 개정안이 위험했다. 선거법에 반대하는 분들이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법 개정안 표결 당시 4+1 내에서 7명이 표결에 불참했고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출석은 했지만 기권표를 던졌다. 선거법 표결에 참석한 167명 중 찬성표가 15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9명만 덜 나왔을 경우 의결정족수 148명을 못 채웠을 수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의결정족수인 148명(재적 의원 295명 과반)만 채우면 사실 공수처법 처리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며 "그러면 4+1 내 반대표가 일부 나오더라도 과반 찬성으로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 수일 전부터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왼쪽)이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같은 당 박주선 의원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왼쪽)이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같은 당 박주선 의원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적으로 공수처법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의 당초 셈법에서도 '찬성 표'로 분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박·김 의원 두 분은 우리 표에 카운트(계산)된 적이 없다. 그 분들을 빼고도 155~156명의 찬성표는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30일 본회의에서 뚜껑이 열린 공수처법 표결 결과는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이었다.                                                                                                    
김효성·하준호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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