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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3도 평균 1.29명뿐···쿠팡이 불지른 AI 인재 쟁탈전

중앙일보 2019.12.31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시도때도 없이 채용하지만 역부족”

 
국제인공지능대전에 등장한 인공지능 튜터. [연합뉴스]

국제인공지능대전에 등장한 인공지능 튜터. [연합뉴스]

 

롯데·신세계·현대 다합쳐 210명
쿠팡 2000명 투입 로켓배송 개발
유통업 AI 인재 확보전쟁 불붙어
A급은 구글·애플·삼성서 싹쓸이
중견 e커머스 인력난에 발만 동동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유통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AI 인재가 절실한데, 정작 유능한 AI 인력은 유통 산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롯데그룹·신세계그룹·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3대 유통 대그룹의 163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들이 확보한 AI 인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30일 현재 유통 대기업이 확보한 AI 관련 인력은 210명에 불과했다. 1개 기업당 평균 1.29명 수준이다.
 
AI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유통 대그룹. 그래픽=김영옥 기자

AI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유통 대그룹. 그래픽=김영옥 기자

 
이는 AI 관련 경력이 부족해도 당장 관련 업무에 투입한 인력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실제 유통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인재는 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혜영 롯데쇼핑 e커머스 AI센터장(상무)은 “우수한 AI 인재는 시기를 불문하고 상시로 채용하지만, AI 인재를 찾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관련 경험을 갖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韓 AI 인력 경쟁력, 美 절반 수준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관련 회의 'DEVIEW 2019'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관련 회의 'DEVIEW 2019'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AI 인력난은 정보기술(IT)·금융·제조 등 업종을 불문하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홍정우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 가상설계센터 선임연구원은 “AI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서비스를 창출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쉬지 않고 처리하면서 관리 비용을 줄이는 등 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AI는 이미 유통산업의 제품 제조방식과 운송과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쿠팡·G마켓처럼 물류 과정을 바꾸고, AI가 공장 전체를 통제하기도 한다. 이밖에 연구개발(R&D)·마케팅·제품추천·판매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유통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산업 뒤흔드는 AI

 
미·중·일 대비 경쟁력 떨어지는 한국 AI 인력. 그래픽=김영옥 기자

미·중·일 대비 경쟁력 떨어지는 한국 AI 인력. 그래픽=김영옥 기자

 
특히 국내 유통업계에서 AI 구인난이 심해진 건 이른바 ‘쿠팡 효과’ 때문이다. 수 년 전까지 온라인 전자상거래(e커머스·e-commerce)를 이용해 주문하면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볼 때까지 빨라도 3일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쿠팡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데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유통가에서도 AI 인재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문제는 A급 AI 인재 뽑기 전쟁이 전 세계적이라는 점이다. 중국 텐센트·보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재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계 AI 인력(20만명)은 수요(100만명)의 20%에 불과하다.
 
미국·중국에 쏠리는 A급 AI 인력. 그래픽=김영옥 기자

미국·중국에 쏠리는 A급 AI 인력. 그래픽=김영옥 기자

 
더구나 특A급 AI 인재는 대부분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일차적으로 모셔간다. 여기에 중국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거대 중국 테크기업과 센스타임·VIP키드 등 AI관련 유니콘들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AI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하는 AI 인재의 경쟁력(5.2점)은 미국(10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여기서 놓친 인재를 흡수하느라 바쁘다. 삼성전자 AI센터는 2030년까지 2000여명의 AI 인재 확보가 목표다. 네이버는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AI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글로벌 AI연구벨트’를 조성 중이다.
 
IBM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챔피언들을 제압했다.[중앙포토]

IBM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챔피언들을 제압했다.[중앙포토]

 
국내서 일하는 AI 인력도 주로 전자·IT 대기업을 선호한다. 연봉도 상대적으로 높고 해외 근무 기회도 많아서다. 유통기업이 이들의 몸값이 감당하기도 어렵다. 시장 조사기관 인터내셔널데이터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인재의 평균 연봉은 여타 직종보다 55~110% 높다. 

특히 중국 정부가 AI 인재 확보에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AI 관련 인력의 몸값은 보수적인 국내 유통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구인·구직 시장에 나온 AI 인력을 A~D 등급으로 구분할 경우 유통업계는 주로 C등급 이하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력 5년차의 경우 연봉으로 2억원 이상을 지급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알고리듬을 적용해서 소비자가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쿠폰을 제공한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알고리듬을 적용해서 소비자가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쿠폰을 제공한다. [사진 롯데마트]

 

"싹수 있는 인재 뽑아서 자체 육성을”

 
국내 기업이 AI 인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 그래픽=김영옥 기자

국내 기업이 AI 인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 그래픽=김영옥 기자

 
쿠팡의 선점 효과도 유통 기업이 관련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유통 업계에선 쿠팡이 5년여 전부터 관련 인력을 활발하게 채용했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새너제이·상하이·베이징·시애틀에서 2000명의 개발자가 쿠팡물류센터와 쿠팡맨 배송 로직을 개발하고 있다. 여타 유통 기업이 이제 와서 AI 인력을 스카우트하려면 쿠팡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서 쿠팡과 경쟁하는 한 e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쿠팡이 AI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바람에 지난해 채용 목표의 20%밖에 채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중견 e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인재를 뽑고 AI에 투자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시장에 나온 AI 인력을 A~D 등급으로 구분할 경우 유통업계는 주로 C등급 이하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력 5년차의 경우 연봉으로 2억원 이상을 지급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형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개발한 김현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형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개발한 김현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프리랜서 김성태]

 
AI 인재 유치에 불리한 유통업계가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스카우트보다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뛰어난 역량을 갖춘 AI 인재라도 당장 물류·유통과 AI를 동시에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며 “초기 단계의 AI 인력을 유치한 뒤, 개발 단계부터 AI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테크 기업과 협업할 수 있고 유통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AI 인력을 확보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유통기업이 협업하는 방안도 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개방형 AI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고, 이 플랫폼을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이사장은 “개방형 국가 AI 플랫폼이 구축되면 유통기업도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산학협력을 통해 AI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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