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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안전보장 위해 적극적 공세적 조치 취하라”

중앙일보 2019.12.31 00:05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틀째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당중앙위원회 사업 정형(현황)과 국가사업 전반에 대해 보고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전했다. 신문은 이날 “전원회의는 계속된다”고 밝혀 사흘 이상 회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이번까지 여섯 차례의 전원회의를 소집했는데, 사흘간 진행한 전원회의는 처음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각오와 결의를 보여주는 일종의 북한식 퍼포먼스”라고 분석했다.
  

노동당 전원회의 사흘째 개최
핵무력 강화로 정책 방향 시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대북 경고
“북 도발 땐 우리에겐 도구 많다”

미사일 개발 관여 군수공업부문 언급
 
29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틀 내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김 위원장은 뿔테 안경을 끼고 마이크가 여러 개 놓인 단상에 올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다. [뉴시스]

29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틀 내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김 위원장은 뿔테 안경을 끼고 마이크가 여러 개 놓인 단상에 올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다. [뉴시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뿔테 안경에 흰색 재킷을 입고 마이크 앞에 섰다.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국가관리와 경제건설을 비롯해 국가건설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원회의에 보고하고, 해당 분야별 실천 방안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내년이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 경제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인 만큼 경제 분야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보고 내용 중 눈에 띄는 대목은 6번째 안건으로 언급한 ‘공세적 조치’와 관련한 부분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들을 취할 데 대하여 언급했다”며 “대외사업부문과 군수공업부문, 우리 무장력의 임무에 대하여 밝혀줬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와 ‘무장력의 임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군수공업부문은 미사일 개발, 무기 거래에 관여한다. 다만 대외사업부문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외교적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7년 11월 화성-15형 장거리 미사일(ICBM) 발사 직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핵무력을 자주국방의 ‘보검’으로 간주해 왔다는 점에서 ‘자주권과 안전보장을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가 핵무력 강화 및 발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대외사업 부문과 군수공업 부문, 무장력을 언급한 건 앞으로 미국의 새로운 셈법이 없는 한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고, 핵 무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정책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월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모라토리엄)키로 한 결정을 철회하는 내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30일 회의에선 당 고위 간부들의 인사를 다루는 조직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틀 연속 박봉주 당 부위원장 등이 주석단에서 빠졌는데 이는 회의 직전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인사 문제가 다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30일이 마지막 회의라면 여기에서 사전 논의한 인사 문제를 확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흘간 전원회의는 처음 "일종의 퍼포먼스”
 
김일성 주석의 1980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연설 장면. [연합뉴스]

김일성 주석의 1980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연설 장면. [연합뉴스]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전원회의가 이례적으로 길어지는 건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앞두고 고심이 깊다는 방증”이라며 “역대급 인원을 참가시키고, 장기간 당 노선 전략을 토의하면서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신년사에서 밝힐 정책 구상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원회의는 개최 첫날인 28일 총론을 밝히고 29일엔 김 위원장이 경제와 군수 분야 문제들을 제시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대미·대남 메시지는 없었다.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큰 주제를 제시하고 경제·군사 등 소주제로 이어지는 구성이 신년사와 흡사해 일각에선 이번 전원회의가 ‘신년사 예고 대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년사도 새해 정책 방향에 대한 총론, 경제·군사·사회·농업 등 대내 부문의 성과와 목표, 대미·대남 등 대외 메시지 순으로 발표한다. 이에 따라 대미·대남 메시지는 전원회의 마지막 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도발’이 불발된 이후 미국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 나왔다. 북한의 도발에는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동시에 대화에 복귀하라는 신호도 내보냈다.
 
오브라이언

오브라이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ABC방송 일요 시사 프로그램인 ‘디스 위크’에 출연했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도구함(tool kit)에 도구가 많고 북한과 관련해 추가적 압박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질문이 다시 나오자 오브라이언은 “미국은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김정은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고 실망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행동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려는 메시지도 전했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포기하면 경제 발전과 밝은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을 환기하면서 “북한에 진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러시아가 제안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다시 논의하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30일 비공식 회의를 연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제재 완화 결의안은 나머지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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