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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기권 반기 든 금태섭에···"야 꺼져라" 페북 테러

중앙일보 2019.12.30 21:15
공수처 설치법안 수정안이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91230

공수처 설치법안 수정안이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91230

소신을 지키기 위해 당론에 반기를 든 태도는 해당행위(害黨行爲)일까.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페이스북 테러’를 당했다. 당론과는 다르게 “(공수처는) 전례가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지킨 결과였다.  
 
본회의에 이어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온 금 의원 표정은 웃음기가 없었다. 공수처법 가결 직후 서로 얼싸안거나 활짝 웃는 민주당 동료 의원들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금 의원은 민주당이 ‘표 단속’을 벌이며 공수처법 통과를 밀어붙인 상황에서 기권을 한 배경을 묻는 취재기자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다. 죄송하다”고만 했다.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한 직후 금 의원을 비난하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페이스북캡쳐]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한 직후 금 의원을 비난하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페이스북캡쳐]

이날 금 의원의 페이스북은 민주당 열혈 지지자들로부터 그야말로 ‘난도질’을 당했다. 금 의원의 기권을 비판·비난하는 댓글이 수백건 올랐다. “국회의원으로서 기권을 한 것은 대의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란 비판부터 “야 꺼져” “자유한국당으로 가라” “이런 인간한테 공천주면 민주당은 망해야지” 등 원색적인 비난도 들끓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금 의원의 기권 결정에 대해 “공수처법 통과가 당론인데 기권표가 나온 건 유감스럽다”며 “(금 의원 기권 문제는) 당 지도부에서 검토 후에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표결서도 반대·우려 입장 고수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법에 대해 줄곧 우려 입장을 밝혀 왔다. 전례가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앙포토]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법에 대해 줄곧 우려 입장을 밝혀 왔다. 전례가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앙포토]

검사 출신인 금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당이 공수처법 처리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도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 외 별도 조직·기관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였다. 공수처 검사에게 수사·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최종안에 대해서도 우려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법은 이날 재적 295명의 의원 가운데 17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 중에선 금 의원만 유일하게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 4 1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중에선 김동철 의원이, 비당권파 중에선 이상돈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 공수처법 반대 의견을 밝혀온 조응천 의원은 “당론에 따르겠다”며 뜻을 굽혔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수 있다”며 역시 공수처법 반대 의사를 밝혔던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열혈 지지층의 '문자 폭탄' 

갈등과 반목이 극에 달한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을 고수하는 의원이 ‘테러’에 가까운 뭇매를 맞는 일이 반복돼왔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4+1 협의체가 마련한 검찰 관련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뒤 협박성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고 한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하루에 수천통의 항의 문자메시지를 받는 것은 물론 쉼 없이 전화가 걸려와 박 의원이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돌려놓기도 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 역시 지난 29일 “제가 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화·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 참으로 참담하다”고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알려드립니다
 본 기사에 ‘159석’이었던 공수처법 찬성표 숫자가 ‘160석’으로 바뀌었습니다. 국회사무처 의사국의 공식 표결 결과 정정 때문입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4+1 공수처안 통과 순간 “재석 176인 중 찬성 159인, 반대 14인, 기권 3인”이라고 선포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30일 오후 7시2분 공수처법 가결 선포 시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뜬 투표 결과. 하준호 기자.

30일 오후 7시2분 공수처법 가결 선포 시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뜬 투표 결과. 하준호 기자.

하지만 이후 국회 의사국이 신경민 민주당 의원 찬성표의 집계 누락을 인정했습니다. 권영진 의사국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장이 투표 종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신 의원이) ‘찬성’ 버튼을 눌러 발생한 일”이라며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이런 경우는 정정 요청을 반영하는 게 오랜 관례”라고 말했습니다. “본회의 때마다 많게는 수십건씩 정정 요청이 들어온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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