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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격노한 조항 포함된 공수처…檢내부선 "한번 해봐라"

중앙일보 2019.12.30 21:12
대검찰청. [뉴스1]

대검찰청. [뉴스1]

검찰이 ‘독소조항’이 있다고 비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수정안이 통과됐다. 검찰은 겉으로는 “입장 없다”며 대응을 자제하는 모양새지만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30일 국회는 자유한국당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법안 수정안을 재석 176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의결했다.  
 

대검 “입장 없다”…내부선 “한번 해 봐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2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참모와 함께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2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참모와 함께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은 법안 통과 직후 “이와 관련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수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수정안에는 원안과 달리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과 ‘통보받은 공수처장은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검은 앞서 이를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공수처를 수사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번 해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법 통과가 예상된 일이었던 만큼 사표 제출 등의 강력한 대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많은 만큼 “얼마나 잘 될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매년 검찰총장이 정례적으로 신년사를 직접 작성하는데 이번에는 윤석열 총장이 검찰 구성원의 떨어진 사기를 고려해 공수처, 수사권 조정과 같은 내용을 넣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박철완(47‧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임은정(45·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임 부장검사는 그동안 공수처 설치를 요구하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박 검사는 “일관되게 밝혀 온 명실상부한 검찰의 입장은 ‘공수처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입법권자인 국회의 논의를 따른다’는 것”이라며 “대다수 검사도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안에서 추가된 일부 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며 “검찰을 비난하기 위해 이를 과장·왜곡하는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지 않는 검사는 없다”며 “다만 제대로 된 처방전이 나와야 하는데 공수처 만든다고 검찰 개혁이 되겠나. 검찰 힘 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공수처에 민변 출신들이 주요 보직에 앉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보수 성향 변호사가 선임될 것”이라며 “나중에는 현 여권 인사들이 공수처를 비난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눈물이 핑 돈다”·임은정 “곪은 부위 도려내겠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공수처장 인사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위 ‘특수통’ 등 검찰 내부에서 인정받는 보직을 맡지 못한 일선 검사들에게도 굵직한 수사를 해볼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다. 현직 검사는 “과거 박영수 특검 같은 분이 공수처장이 된다면 한번 지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공수처장이 누가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국민이 보는 눈이 있으니 아주 편향된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이후 50일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였던 공수처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며 “학자로서 오랜 기간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고, 민정수석으로 입법화를 위해 벽돌 몇 개를 놓았던지라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그는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기에 눈물이 핑 돈다. 오늘 하루는 기쁠 수 있겠다”며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도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임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도움으로 검찰의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건강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박사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알려드립니다
 본 기사에 ‘159석’이었던 공수처법 찬성표 숫자가 ‘160석’으로 바뀌었습니다. 국회사무처 의사국의 공식 표결 결과 정정 때문입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4+1 공수처안 통과 순간 “재석 176인 중 찬성 159인, 반대 14인, 기권 3인”이라고 선포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30일 오후 7시2분 공수처법 가결 선포 시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뜬 투표 결과. 하준호 기자.

30일 오후 7시2분 공수처법 가결 선포 시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뜬 투표 결과. 하준호 기자.

 
하지만 이후 국회 의사국이 신경민 민주당 의원 찬성표의 집계 누락을 인정했습니다. 권영진 의사국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장이 투표 종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신 의원이) ‘찬성’ 버튼을 눌러 발생한 일”이라며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이런 경우는 정정 요청을 반영하는 게 오랜 관례”라고 말했습니다. “본회의 때마다 많게는 수십건씩 정정 요청이 들어온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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