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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때리는 엽문? 中국수주의 공장 국뽕영화

중앙일보 2019.12.30 19:34

입만(Ipman).  

홍콩에서는 '엽문(葉問)'이다. 광동어 발음이 그렇다. 만다린으로는 '예원'이라고 읽는다.  
 
입만(1893~1972)과 영춘권은 뗄레야 뗄 수 없다. 중국 남권(南拳)을 대표하는 게 영춘권이다. 입만은 영춘권을 세계화한 주인공이다. 요절한 홍콩의 쿵푸 스타 이소룡(李小龍)의 스승이다.  
 

[사진 엽문4 홈페이지]

[사진 엽문4 홈페이지]

입만의 스토리는 영화 엽문 시리즈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다.  엽문의 무술은 저돌적이지 않다. 짧고 강력한 힘으로 순식간에 타격을 준다.  
만년의 입만과 이소룡 [사진 시나닷컴]

만년의 입만과 이소룡 [사진 시나닷컴]

엽문에게 무술은 중국 문화를 보여주는 도구다. 

한류 또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창문 가운데 하나가 BTS이듯이 말이다. 그 정도로 엽문은 중국문화와 유교적 세계관의 상징이다. 따라서 영화 속 엽문은 이방인 또는 이방세계에게 중국의 도를 실현하는 선생으로 묘사된다.  

 

그 이방인들은 누구였나. 일본군 또는 폭력 세계의 보스, 또는 복싱 선수였다. 입만이 홍콩에서 활동하던 시대는 일본군의 침략과 국공내전 그리고 대륙이 공산권의 수중에 떨어진 혼란의 시기였다. 입만의 상대가 일본군과 본토의 무술 대가들이 주류를 이뤘던 이유다.  
[사진 엽문4 홈페이지]

[사진 엽문4 홈페이지]

 

그런데 종결판으로 나온 '엽문4'는 느닷없이 상대를 바꿨다. 현실 기반의 내러티브를 버리고 상상력을 극대화한 재미 위주의 스토리를 택했다.   

엽문이 태평양을 건너갔다. 왜?

자녀 교육 명목이다. 만년의 엽문이 아들의 미국 유학을 타진하러 미국에 간다. 미국 체류 기간 중 격투가 벌어진다. 엽문의 상대는 당연히 미국의 격투기 선수들이다. 영화에선 해병대 출신 무술가들을 내세웠다. 결론은 보나마다다. 엽문이 파워를 앞세운 미군 해병대를 유려한 권법으로 때려 제압한다.  
[사진 엽문4 홈페이지]

[사진 엽문4 홈페이지]

 
이 영화는 지난 20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됐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도 같은 날 상영됐다. 결과는 엽문4의 일방적 승리였다. 5일간 티켓박스 집계 결과 엽문4는 3억9600만 위안(약 657억원)을 벌어들였다. 스타워즈는? 9500만 위안(약 160억원)에 그쳤다.  

 

엽문4는 미·중무역전쟁이 한창이던 때 제작됐다. 노림수는 단순하다. 

홍콩과 중국 남부에서 활동하던 엽문을 미국에 보내 미군을 때려주겠다는 대리 만족이다. 이런 정신 승리법에 대륙의 영화팬들이 열광했다. ‘국뽕’도 이쯤 되면 병이다. 최종판이라고 하지만 국뽕 수요가 발생하면 다시 찍으면 그만 아닌가. 독일이나 러시아와 문제 생기면 이제는 2차 대전 현장에서 영춘권을 펼 것인지…. 레거시가 누더기가 돼도 상관없나 묻고 싶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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