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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전기요금 사실상 인상… 월 182만 가구 할인혜택 없앤다

중앙일보 2019.12.30 18:15
전기를 덜 쓴 가정이 받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혜택을 받은 가계 입장에선 사실상 전기요금이 오르게 된 것이다. 폐지되는 제도는 한달 기준으로 181만9000가구에 37억5000만원의 요금(가구당 1976원)을 깎아준 것으로 추산된다. 월별로 대상이 달라질 수 있어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는 연 2000만가구가 혜택을 받았던 셈이다.
 
반면 전통시장의 경우 요금 인하 혜택을 6개월간 연장하기로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한국전력의 부담을 줄이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발이 있을 수 있는 전통시장에 대해선 생색용으로 제도를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공급 약관 시행세칙 변경(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인가를 받으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주택용 할인 대상자, 10~15% 전기료 인상 

2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2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특정 용도나 대상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한전이 시행 중인 특례할인은 총 11가지로 2018년 기준 총 1조143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중 올해 말로 일몰이 예정된 특례할인은 ▶주택용 절전할인 ▶전기자동차 충전전력 할인 ▶전통시장 할인 등 3가지다. 
 
한전은 먼저 일반 주택에 적용되던 전기 요금 특례할인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지난 2년 같은 달 사용한 평균 전력량을 비교해 20% 이상 절감한 주거용 주택 고객에 대해 할인을 적용하는 제도다. 동·하계의 경우 월 전기료의 15%를, 기타 계절은 10%를 할인해준다. 정창진 한전 요금기획처장은 “주택용 절전 할인제도를 도입 전후 전력 소비량에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며 “특히 제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수준이 매우 낮게 나타나 절전 유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단계적 폐지, 전통시장은 유지·확대

분기별 한국전력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분기별 한국전력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와 함께 전기차 충전전력에 적용되던 특례 할인도 202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할인 폭을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는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서비스 제공사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요금은 100% 면제, 전기료는 50%를 할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전의 결정에 따라 오는 2020년 7월~2021년 6월까지 기본요금 할인은 50%, 전기료 할인은 30% 수준으로 축소된다. 2021년 7월~2022년 6월은 해당 할인 비율이 각각 25%와 10% 수준으로 줄고, 2022년 7월부터는 전면 폐지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할인액도 2017년 71억원에서 올해 333억원 수준으로 4.7배 늘었지만, 이 역시 축소될 예정이다. 
 
월 5.9%를 할인해 준 전통시장은 전기요금 할인은 6개월 후로 일몰을 미뤘다. 지원 방식도 기존 할인에서 할인 금액만큼 한전이 기부금 방식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전통시장의 전기요금 할인은 주택·전기차에 적용되던 할인액의 10분의 1 이하(27억원)로 적다. 한전 측은 “전통시장 영세상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제공되도록 기존 연간 전기요금 할인액의 2배 수준인 연 57억원을 5년간 투입하겠다”며 “전통시장 에너지 효율 향상 및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관성 없는 정책, 결국 총선 의식한 것”

정창진 한국전력 요금기획처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2019년 일몰 예정 전기요금 할인제도에 대한 합리적 개선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뉴스1]

정창진 한국전력 요금기획처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2019년 일몰 예정 전기요금 할인제도에 대한 합리적 개선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뉴스1]

이번 세칙 변경안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과 총선을 앞둔 정부 입장이 뒤섞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주택에 대한 특례를 폐지해 한전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전통시장에 대한 혜택은 유지해 반발을 무마하려 한다는 얘기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은 정책 홍보를 통해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는 데도 폐지하겠다고 하고, 전통시장의 경우는 정책 효과가 미미하니 지원액을 2배로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조치”라며 “집단 반발이 있을 수 있는 전통 시장만 일몰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결국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일몰하는 3가지 정책 모두 기존의 정책 의도가 있는데 이에 대한 세밀한 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같은 지적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월성1호기에 대한 영구 정지를 시행하는 등 가속화한 탈원전 정책이 이어지는 한 향후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 생산 비용이 올라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으로서 특례할인 일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탈원전을 외치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세종=허정원·임성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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