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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다탄두 ICBM 보유했다? 미군 '2초 동영상' 속 원뿔의 비밀

중앙일보 2019.12.30 16:06
미국 공군 공병감실이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서 화성-14형 미사일 분리과정이 포함됐다. [영상캡처=미국 공군 공병감실]

미국 공군 공병감실이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서 화성-14형 미사일 분리과정이 포함됐다. [영상캡처=미국 공군 공병감실]

 
2017년 북한이 두 차례 쏘아 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이 원뿔 모양의 재진입체(RV)를 가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진입체는 대기권에서 떨어지는 핵탄두를 높은 온도와 강한 진동으로부터 보호한다.재진입체 내부엔 핵탄두와 기폭 장치가 들어있다. 재진입체 기술 확보 여부는 북한의 ICBM 개발 성공의 바로미터이다.

재진입체 기술은 ICBM 성공의 바로미터
원뿔형이라면 화성-15형 등 다탄두 미사일 가능

 
단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공군 공병감실이 미 국방부 영상정보 배포시스템(DVIDS)을 통해 배포한 홍보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엔 2초 남짓 분량의 컴퓨터 그래픽이 담겼다. 이 CG에선 북한이 평양 북쪽에서 발사한 ICBM이 나오는데 겉모습은 영락없는 화성-14형이다. 북한이 2017년 7월 4일 평안북도 방현에서 화성-14형의 2차 시험 발사에 성공했던 상황이었다.
 
미 공군의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제작한 영상은 평문(Unclassified)으로 표기됐다. 비밀 내용을 삭제하거나 편집해 교육ㆍ훈련용으로 만든 CG로 추정된다. [영상캡처=미 공군 공병감실, 재구성=박용한]

미 공군의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제작한 영상은 평문(Unclassified)으로 표기됐다. 비밀 내용을 삭제하거나 편집해 교육ㆍ훈련용으로 만든 CG로 추정된다. [영상캡처=미 공군 공병감실, 재구성=박용한]

 
이 CG는 미 공군의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만들었다. NASIC은 외국의 항공ㆍ우주 관련 군대, 무기, 체계의 군사 정보를 수집한 뒤 분석하는 정보 부대다. CG엔 비밀이 아니라 공개할 수 있다는 평문(Unclassified)과 전시용(Demo purposes only)이란 표시가 달렸다. 교육용 또는 홍보용 자료로 보인다.
 
CG에 따르면 화성-14형은 1단을 분리한 뒤 탄두부에서 페어링(덮개)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재진입체로 보이는 물체가 보인다. 그런데 CG 속 재진입체는 끝이 뾰족하다. 원뿔형 재진입체는 북한이 지금까지 공개했던 재진입체와는 다르다. 노동신문 등 북한의 관영 매체는 2016년 3월 15일 ‘탄도로켓(미사일) 전투부 첨두(탄두부)’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당시 재진입체가 수천 도의 열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한 것으로 한·미는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사진 속 재진입체의 끝부분은 버섯 머리처럼 둥글었다. 
 
미국 공군 공병감실이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 포함된 북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발사체 분리과정 [영상캡쳐=미국 공군 공병감실, 재구성=박용한]

미국 공군 공병감실이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 포함된 북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발사체 분리과정 [영상캡쳐=미국 공군 공병감실, 재구성=박용한]

2017년 7월 5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4일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소식을 전하며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

2017년 7월 5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4일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소식을 전하며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

 
2017년 9월 3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ICBM 재진입체를 살짝 보여줬다. 이 재진입체 역시 끝이 뭉툭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버섯 머리 모양이나 끝이 뭉툭한 재진입체보다 원뿔 모양의 재진입체가 대기권 낙하 속도가 훨씬 더 빠르지만, 마찰열이 더 높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21일 북한의 화성-14형 1차 발사 후 한ㆍ미는 재진입체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인 적이 있다. 당시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ICBM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언론 브리핑에서 “화성-14형 끝부분에 재진입체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은 “재돌입(재진입) 시 전투부(재진입체)에 작용하는 수천 도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핵탄두 폭발 조종 장치는 정상 동작했다”고 자랑했다.CG대로라면 미 국방부의 설명이 맞는 셈이다.
 
2017년 3월 북한의 탄두부(재진입체)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을 참관 중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두부를 살펴보는 모습. 탄두부 내 텔레메트리는 각종 데이터를 지상 관제센터로 보낸다. [중앙포토]

2017년 3월 북한의 탄두부(재진입체)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을 참관 중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두부를 살펴보는 모습. 탄두부 내 텔레메트리는 각종 데이터를 지상 관제센터로 보낸다. [중앙포토]

2017년 9월 3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7년 9월 3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NASIC이 공개 CG라도 나름 정보를 바탕으로 화성-14형의 재진입체를 그렸을 것”이라며 “미국은 광학 장비로 탄도미사일을 볼 수 있는 특수 정찰기인 RC-135S 코브라볼과 같은 정찰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화성-14형의 재진입체의 모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원뿔형 재진입체를 개발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화성-14형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아가는 화성-15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에는 원뿔형 재진입체 여러 개를 넣을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두 개 이상의 핵탄두를 탑재한 다탄두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철재·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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