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면 안한다더니···文, 총선 4개월 앞두고 선거사범 특별사면

중앙일보 2019.12.30 14:05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내놓은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18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의 ‘5대 중대 부패 범죄’는 양형 강화 및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정치인을 특별사면했다. 선거사범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법무부가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공성진ㆍ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발표한 이 날, 청와대에선 출입 기자와 핵심 관계자 간에 이런 문답이 오갔다.
 
문 대통령은 특별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이 전 지사 등이 포함된 건 내년 총선을 고려한 것 아닌가. 이 전 지사는 중대부패범죄에 안 포함되나.
“정치적 고려는 없다. 5대 중대범죄에 해당 안 된다고 봤다.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2011년 형이 확정돼 공무담임권이 오래 제한받아 이광재ㆍ공성진 두 정치인을 사면했다.”
 
10만 달러를 받아도 부패 범죄로 안 본다는 얘기인가.
“자금을 받았어도 대가성이 있느냐에 따라 뇌물죄로 가느냐가 중요한데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렇게 따지면 공 전 의원은 금액이 훨씬 더 크다.”
 
청와대는 선거사범에 대한 사면을 엄격히 했다고 주장한다. 직전 선거사범 사면은 2010년으로 당시 2375명이었다. 9년 만의 사면임에도 267명으로 줄어든 것은 1회 이상 피선거권 제한의 불이익을 ‘동종선거 2회 이상 불이익’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2010년 특별사면은 8ㆍ15 광복절 사면이었다. 홍문종ㆍ이부영ㆍ염동연 등의 정치인이 포함됐지만, 총선까지는 16개월가량 남은 시점이었다. 이번 사면은 총선까지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단행됐다.
 
곽노현 전 교육감, 한상균 전 위원장의 특별사면이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출신의 시민운동가인 곽 전 교육감의 특별사면은 시민단체를 배려한 것으로 읽힌다. 최근 부동산 정책을 문제 삼고 있는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민노총 최초로 직선으로 선출된 한 전 위원장의 특별사면은 노동계를 향한 메시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 전 위원장 특별사면 등은 국민 대통합,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서 청와대는 “선거사범 등 일반적인 정치인의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