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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연속, 역대급 1000명…파격 전원회의에 담긴 김정은 고심

중앙일보 2019.12.30 12:4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틀째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3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틀째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3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은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둘째 날 회의 내용을 전하며 회의가 30일에도 계속된다고 밝혔다. 28일 시작한 5차 전원회의가 ‘사흘 이상’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1월 1일 신년사 일정을 감안해 전원회의가 28~29일 이틀간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예상을 깨고 장기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김일성시대 이후 첫 ‘사흘’ 전원회의
800여명 참가 회의장…장성택 체포된 곳

 

김일성시대 이후 첫 ‘사흘’ 회의…연말 개최 이례적  

이번 전원회의는 형식과 규모 면에서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연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며, 엄중해진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당 전원회의를 이번까지 총 여섯 차례 열었는데 직전까진 회의를 당일치기로 끝냈다. 하지만 이번엔 최소 사흘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원회의가 하루 이상 장기간 열린 것은 김일성 시대였던 1990년 1월 5~9일 노동당 제6기 제17차 전원회의 이후 29년 만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결정에 따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가 28일 평양에서 소집되어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지도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결정에 따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가 28일 평양에서 소집되어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지도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뉴시스]

 
전원회의가 연말에 열린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또 지난 4월 10일 4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8개월여 만에 5차 회의를 소집했다. 그만큼 현 국내·외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연말 긴급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북한은 '제7기 5차 전원회의 이틀째 회의'를 지난 29일 진행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제7기 5차 전원회의 이틀째 회의'를 지난 29일 진행했다. [연합뉴스]

800~1000명 참석…신년사 예고대회?

비상시국에 열리는 전원회의답게 참가 인원도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당 전원회의에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및 후보위원, 200여명의 당중앙위 위원 및 후보위원, 당 중앙검사위원들이 참석한다. 그런데 북한 매체들은 이번 회의에 “당중앙위원회 일군들과 성, 중앙기관 일군들, 도 인민위원장들, 농촌경리위원장들, 시·군당위원장들, 중요부문과 단위, 무력기관 일군들이 방청으로 참가하였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참가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공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대략 800~1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김정은 집권 후 2013년 3월 처음 전원회의가 열렸을 때 참석 인원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 별관 회의장에서 전원회의가 열렸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장소로 참가자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나왔다. 이곳은 2013년 12월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공개적으로 체포됐던 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2013년 12월 처형된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중앙포토]

2013년 12월 처형된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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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대남 메시지는 마지막에

이번 전원회의는 개최 첫날인 28일 총론을 밝히고 29일엔 김 위원장이 경제와 군수 분야 문제들을 제시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대미·대남 메시지는 없었다.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큰 주제를 제시하고 경제·군사 등 소주제로 이어지는 구성이 신년사와 흡사해 일각에선 이번 전원회의가 ‘신년사 예고대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년사도 새해 정책 방향에 대한 총론, 경제·군사·사회·농업 등 대내 부문의 성과와 목표, 대미·대남 등 대외 메시지 순으로 발표한다. 이에 따라 대미·대남 메시지는 전원회의 마지막 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원회의가 이례적으로 길어지는 건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앞두고 고심이 깊다는 방증”이라며 “역대급 인원을 참가시키고, 장기간 당 노선 전략을 토의하면서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신년사에서 밝힐 정책 구상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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