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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유은혜 이끈 김근태 8주기... GT계 총선 각개약진

중앙일보 2019.12.30 06:00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28일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아내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인의 8주기를 기념해 열린 김근태상 시상식에서 인용한 김 전 의장의 말이다. 시상식에 이어 김 전 의장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과 학생운동·재야운동을 함께 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김 전 의장의 말과 행동들은 그가 재야시절 이끌었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을 다룬 책 『청년들, 1980년대에 맞서다』가 출간되는 등 역사의 영역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좌표를 잇기 위한 ‘김근태의 사람들’의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2007년 3월 자신의 책 `일요일에 쓰는 편지` 출판기념회에서 부인 인재근 여사와 함께 참석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중앙포토]

2007년 3월 자신의 책 `일요일에 쓰는 편지` 출판기념회에서 부인 인재근 여사와 함께 참석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중앙포토]

 

17대 총선 후 386과 결합하며 ‘GT계’ 형성

김 전 의장은 1995년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바로 부총재직을 맡았고, 이듬해 열린 15대 총선에서 재야 동지인 설훈·이부영·이상수·이해찬·임채정·장영달 등과 함께 금배지를 달았다. 김근태를 따르는 사람들이 ‘계파’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16·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신계륜·임종석·이인영·오영식 등 386 학생운동권 그룹이 대거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개헌 구상을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2007년 1월 11일 낮 청와대에서 연 오찬에 앞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개헌 구상을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2007년 1월 11일 낮 청와대에서 연 오찬에 앞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김 전 의장은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중성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김근태(GT)계는 2006년 재야출신 의원모임 ‘국민정치연구회’를 과거 재야인사들을 규합한 ‘경제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로 확대 개편하면서 정동영계와 함께 열린우리당 내 양대 계파로 성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목소리가 커진 김 전 의장이 2004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보도자료를 냈던 일 등은 지금도 회자되는 일화다.   
 

김근태 사후 각자도생…문재인 정부 주류로 거듭나

GT계는 기동민 의원 등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경선과 본선에서 박원순 시장 당선에 크게 기여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했지만, 그해 12월 김 전 의장이 고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이듬해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영민·이목희·윤후덕·유기홍·홍익표 의원 등은 ‘문재인 캠프’로, 우원식·김민기·유승희·박완주 의원 등은 손학규 캠프로 흩어졌다. 안철수·김두관 캠프에 몸담은 이들도 있었다. 민평련에 속한 한 인사는 “김 전 의장이 떠난 뒤 GT계는 비판적 지지 형태로라도 어떤 캠프에 몸담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도래할 공동체-고 김근태 선생 8주기 추모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내대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오영훈 의원.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도래할 공동체-고 김근태 선생 8주기 추모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내대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오영훈 의원. [연합뉴스]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도 GT계는 안희정·이재명 캠프로 흩어졌지만, 본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주축으로 거듭나면서 현 여권에선 범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임명과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이 그 흔적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국면에서도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민평련 소속의 한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김 전 의장과 노 전 대통령의 대립이 큰 후유증을 낳았던 과거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박우섭·김원이·허영 등 21대 초선 도전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딸 병민(왼쪽)씨가 지난 28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추도식 사회를 맡은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진 인재근 의원실]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딸 병민(왼쪽)씨가 지난 28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추도식 사회를 맡은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진 인재근 의원실]

현재 민평련 모임에 참가하는 현역의원은 약 20여 명 정도다. 이들 대부분이 21대 총선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초선에 도전하는 인물도 허영 강원도당위원장(강원 춘천)과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전남 목포), 김우영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서울 은평),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인천 미추홀구) 등 6~7명에 이른다. 이날 추모식 사회를 맡았던 김 전 부시장은 “정치 계파로서 GT계는 더 이상 없지만, 그의 정신은 이어질 것”이라며 “극한 대립으로 점철된 국회를 볼 때면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며 ‘경청’을 주문하던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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