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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난동사진 공개한 건 이명희 측근···막장 치닫는 한진家 내분

중앙일보 2019.12.30 05:00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0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0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벌어진 ‘남매의 난’이 ‘모자의 난’으로 번졌다. 조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명희(70)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가 이 고문과 크게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어머니는 큰딸 편'…사진도 외부에 공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이 고문 측은 조 회장이 이명희 고문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안 유리를 박살 냈다며 이 고문의 상처와 깨진 유리 등을 사진으로 찍어 회사 경영진 일부에 보내면서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이날 이 고문이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어머니에게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재계에서 떠돌던 이 고문의 ‘큰딸 지지’ 입장이 사실로 입증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에게 어머니는 자신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캐스팅보트’다. 한진칼 지분이 전혀 없던 이 고문이 지난 4월 사망한 아버지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을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서 5.3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다. 조 회장(지분율 6.52%)과 조 전 부사장(6.49%)의 한진칼 지분율의 차이는 불과 0.03%포인트다. 막내 조현민(36) 한진칼 전무(6.47%)도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br〉  이에 따라 현재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이 6.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 이명희 고문은 5.3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br〉〈br〉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br〉 이에 따라 현재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이 6.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 이명희 고문은 5.3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br〉〈br〉

 
조양호 회장 생전부터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온 행동주의 토종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최근 1년 새 한진칼 지분을 17.29%까지 확보하면서 세를 키웠다. 
KCGI 지분율은 한진 총수 일가 지분을 합친 것(24.79%)보다는 적지만 한진 일가 중 어느 한명하고 손잡는다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 측도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든 입장문을 공개한 날 중앙일보에 "KCGI를 포함해 어떤 주주와도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10.00%)과 반도건설(6.28%) 역시 누구의 편인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선대 이어 ‘삼남매 계열분리’ 가능할까  

끝내 3남매가 갈라서 한진그룹과 항공은 조 회장이, 호텔·레저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저비용항공사(LCC)는 조현민 전무가 맡는 계열 분리로 갈 것이냐, 아니면 각자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모종의 선택을 하느냐를 두고 한진 총수 일가는 내년 3월 한진칼 주총 전까지 고민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진그룹은 창업자 고 조중훈 회장이 지난 2002년 별세 후 한진가는 ‘형제의 난’을 겪다가 항공·중공업·해운·금융 부문으로 사실상 계열 분리가 됐다. 둘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넷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첫째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6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계열 분리로 갈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이 생전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확고히 해놨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진그룹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전부”라며 “칼호텔네트워크는 규모도 작고 대한항공 없이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 분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선택도 큰 변수

조 회장이나 조 전 부사장 측은 서로 KCGI 측에 치열한 구애 작전을 펼 거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조 회장 남매는 경영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남은 선택지는 결국 KCGI와 타협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KCGI가 요구해온 경영 개선 조건을 파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지난 27일 의결한 것도 중대 변수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4.11%, ㈜한진 지분 7.54%, 대한항공 지분 10.6%를 쥐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KCGI와 손잡고 한진가의 사내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됐다. 어느 경우든 한진그룹의 운명은 내년 3월 한진칼 주총 전까지 시계(視界)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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