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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 겨눈 영장 잇단 기각? 조국·허인회가 ‘동급’이 아닌 까닭

중앙일보 2019.12.30 05:00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과 친여 운동권 출신 태양광 사업가 허인회(55)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청와대와 친여권을 향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법원 단계에서 잇따라 가로막힌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의견과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주장이 다시 맞붙고 있다.
 

조국, 구속영장 기각…왜?

 

우선 법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로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의 사회적 지위와 조 전 장관의 배우자(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됐다는 점 등도 언급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례적으로 “(조 전 장관 행위는) 우리 사회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명시했다. 영장 판사가 직접 요약해 적은 공보자료에서는 “사건의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라고도 적혀 있다.  
 

허인회, 구속영장 기각 사유?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인 허인회씨가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영장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드림협동조합 전 이사장인 허인회씨가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영장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허 전 이사에 대한 영장도 같은 날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 정상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청구 대상 근로자 36명 중 26명으로부터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 서면이 제출됐는데, 본건은 피해 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조국‧허인회의 기각이 다른 이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자가 서울동부지법 4번 출입구 앞에 파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정진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자가 서울동부지법 4번 출입구 앞에 파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정진호 기자

 

우선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과 허 전 이사장에 대한 영장 기각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고 본다. 조 전 장관은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영장 판사가 직접 기각 사유를 요약해 적은 공보 자료에선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유죄가 입증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아무리 다른 사건이라 하더라도 부부 동시 구속이라는 부담이 큰 데다 여론의 관심이 워낙 쏠린 사건이라 엄밀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허 전 이사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특징이 영장 발부 여부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허 전 이사의 경우, 피해자의 70% 이상이 허 전 이사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서면을 냈다고 한다. 허 전 이사가 받는 혐의인 근로기준법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피해자(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통상적으로 합의)를 밝힌 경우 형사 절차가 종결된다는 것이다.  

 

검찰이 무리했나, 법원이 의식했나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앞에 보수단체 회원들(윗쪽)과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 촉구와 기각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앞에 보수단체 회원들(윗쪽)과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 촉구와 기각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는 왜 세간의 관심이 될까. 영장 전담 판사 경험이 있는 한 고위 법관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구속=유죄’, ‘불구속=무죄’라는 등식이 존재한다”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영장을 기각하면 수사가 무리했던 것으로 해석되다 보니 영장 발부 여부에 더욱 민감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영장 발부 여부에 따른) 여론 소모전이 너무 크고, 판사도 인간이니만큼 (반응에) 민감해진다”고 설명했다. 
 

여론의 무게를 짊어진 법원의 ‘고무줄 잣대’가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과거에는 영장이 기각될 것인지 발부될 것인지에 대한 추측은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아예 가늠을 못 하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영장전담판사들이) 발부와 기각,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한쪽 진영의 손가락질을 받다 보니 엄밀하게 판단한다는 게 되레 제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영장 둘러싼 갈등 시작은?

채동욱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2006년 12월 ‘론스타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이 윤석열 검사. [중앙포토]

채동욱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2006년 12월 ‘론스타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이 윤석열 검사. [중앙포토]

 
구속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해묵은 논란이다.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은 론스타 수사 때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는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4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다. 이에 당시 검찰은 “수사에 인분을 붓는 격”이라고 했고,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도 “승복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다. 이에 법원은 검찰을 향해 “상법 공부를 더 하셔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당시 수사팀에 몸담았던 사람 중 하나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한 검찰 출신 원로 변호사는 “영장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민감한 반응은 구속이 피의자 압박 수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효과적인 여론전의 수단이라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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