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번엔 이란, 다음엔 北 동참? 서방 긴장시키는 ‘중·러플러스’

중앙일보 2019.12.30 05:00
 
연말 지구촌의 안보 시선은 두 군데로 쏠려 있다. 하나는 한반도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북한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다. 다른 하나는 이란과 가까운 곳으로 북인도양과 호르무즈 해협으로 통하는 오만만이다.

오만만에서 실시되는 ‘해상 안전벨트’ 훈련
중국과 러시아에 제3국 이란이 참여하게 돼
중·러·플러스 군사훈련이란 새 모델 탄생시켜
플러스에 북한 참여하면 북·중·러 삼각 형성돼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연합 군사훈련에 제3국을 포함시키는 중, 러, 플러스 연합 군사훈련 모델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제 11차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연합 군사훈련에 제3국을 포함시키는 중, 러, 플러스 연합 군사훈련 모델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제 11차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해역에서 1979년 이란에 이슬람 혁명이 발생한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3국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연합 군사훈련이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중국과 러시아, 또는 중국과 이란 연합 훈련 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3국이 함께 참여하는 훈련은 처음이었다. 훈련엔 “해상 안전벨트(Maritime Safety Belt)”란 이름이 붙었다. 목적은 해적과 테러리스트를 퇴치해 항로와 국제무역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3국은 모두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서방에선 반 나토(NATO) 전선 형성이란 말까지 나온다. 3국 중 이란이 이번 훈련을 가장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전례가 없는', '연합' 훈련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친구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는 친구”라며 중국과 러시아를 추어올렸다.
  
12월 27일 시작해 30일 끝나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3국의 '해양 안전벨트' 연합 군사훈련이 오만만에서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12월 27일 시작해 30일 끝나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3국의 '해양 안전벨트' 연합 군사훈련이 오만만에서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3국 연합훈련 실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로우 키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국 군사훈련을 이상하게 보지 말라'는 사설까지 실었다. 해상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참여해 중국이 대국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 이상의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격이다. 중국 시난(西南)대학 이란연구센터 주임 지카이윈(冀開運) 교수의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는 3국 모두 미국의 제재를 받아 어려운 처지에서 ‘서로 껴안아 추위를 이기자(抱團取暖)’는 뜻이 담겼다고 봤다.
  
미 국방부도 “3국 연합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며 “동맹들과 협력해 항행의 자유와 국제 수로의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내년 초 호르무즈 해협에 군 파병을 추진하는 정부로선 3국 훈련도 고려해야 하는 미묘한 상황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3국 해군이 공동으로 참여한 '해양 안전벨트' 군사훈련에 중국은 미사일구축함인 시닝함을 파견했다. 시닝함의 중국 해군이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이란 3국 해군이 공동으로 참여한 '해양 안전벨트' 군사훈련에 중국은 미사일구축함인 시닝함을 파견했다. 시닝함의 중국 해군이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28일 이번 3국 연합 해상훈련을 통해 ‘중·러·플러스’ 군사훈련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지난 15년 가까이 군사 협력을 강화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마침내 제3국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군사협력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번엔 이란이지만 다음 대상은 인도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즉, 지정학적인 필요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해당 지역의 어느 한 나라와 힘을 합치는 중·러·플러스 모델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압력에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이 이 같은 중·러의 협력을 가속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해군이 참여한 연합 군사훈련이 오만만에서 27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이란 해군이 참여한 연합 군사훈련이 오만만에서 27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러가 군사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한 건 중국이 2001년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출범시키면서다. 중국은 SCO 발족으로 북방으로부터 전개되는 러시아의 군사 압력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후 2005년 중·러는 처음으로 ‘평화 사명-2005’ 이름의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다. 지역 안전과 반테러 작전에서의 공조를 이유로 내세웠다. 이후 중·러 연합 군사훈련은 정례화됐다.
 
그러다가 2012년엔 중·러가 협력해 원양에까지 진출하는 ‘해상 연합훈련’으로 발전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와 중국과 일본 간 동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 남중국해 분쟁 등이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이를 구실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자신의 군사적 존재를 부각할 수 있었고 중국은 지역 내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이후 중·러 해상훈련은 정례화됐으며 2015년 또 한 차례 질적인 발전을 이뤘다. 중·러가 연합으로 상륙작전까지 펼치는 입체적인 훈련을 전개한 것이다. 400여 명의 중·러 해병대가 참여했다. 2018년 9월에 러시아에서 펼쳐진 ‘동방-2018’ 훈련은 중·러 연합 군사훈련 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평화사명’이나 ‘해상연합’과 구별되는 건 이젠 양군의 협력이 작전 지휘와 무기시스템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4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사건이 바로 이 같은 중·러 군사훈련의 발전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고 둬웨이는 분석했다. 당시 중국 군용기가 러시아 폭격기와 연합비행으로 KADIZ에 진입한 건 처음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3국까지 참여시키는 군사훈련인 중, 러, 플러스 연합 군사훈련 모델에 북한이 참여하게 되면 북, 중, 러의 북방 삼각이 만들어지게 된다. 사진은 지난 4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서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제3국까지 참여시키는 군사훈련인 중, 러, 플러스 연합 군사훈련 모델에 북한이 참여하게 되면 북, 중, 러의 북방 삼각이 만들어지게 된다. 사진은 지난 4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서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당시 성명을 통해 중·러는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유사한 연합 비행을 아태 지역에서 상시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에선 중·러 연합 비행 훈련과 관련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견제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으나 딱히 이것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했다. 한데 둬웨이는 이를 중·러 군사협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데 따른 행보라고 분석한 것이다.
 
중·러의 군사협력 강화 배경엔 물론 양국 모두 미국으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 깔려있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미국의 압박을 받게 되자 중·러·플러스 모델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중·러는 동맹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러·플러스 군사훈련 모델로 동맹과 같은 군사협력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행여 이 '플러스'에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이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냉전 시대와 같은 북·중·러의 북방 삼각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