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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해피 홀리데이!

중앙일보 2019.12.30 00:29 종합 30면 지면보기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 불교의 국가로 불리는 나라 속 이슬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으로 날아가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어주는 봉사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입시의 힘듦을 겪은 아이와 아직 학사 일정도 채 끝나지 않은 동생을 데리고 오랜만에 함께 떠난 가족여행은 크리스마스라는 멋진 축제에 누군가를 돕는, 뜻깊은 일정으로 채워졌습니다.
 
독지가 집안의 자손이 학생 시절 친구들과 알음알음 시작한 후, 온 가족이 연말마다 모여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멋진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해 왔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재단을 만들어 벌써 12년째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그들의 뜻에 동참하는 다른 가족들과 자원봉사자까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성장하였습니다.
 
섬에서 만난 아이들은 까까머리의 남자 어린이들과 귀밑 3센티 단발머리 여자 어린이들이었습니다. 먼 곳에서 온 이방인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바로 빙그레 웃음을 짓는 그들의 모습에서 천진함 뿐 아니라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 앞 구멍가게에는 노란색과 까만색의 두 고양이가 누워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다 다가온 손님을 반깁니다. 고양이마저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서로를 해하거나 험하게 대하지 않고 살아온 그들의 삶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지어진 교실의 하얀 벽에 벽화를 그리는 일을 시작하자 학교의 아이들도 어느덧 하나둘씩 다가와 원색의 그림을 함께 완성해 나갔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벽에 풀과 나무들을 채워 모두가 만들어낸 풍경은 국적·나이·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연대해 주었습니다.
 
빅데이터 12/30

빅데이터 12/30

태국·홍콩·영국·싱가포르·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온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었습니다. 매년 일정한 때에 함께 모여 뜻깊은 일을 하며 잊을 수 없는 가족들의 리추얼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더 큰 가족을 만들어내던 우리네 옛날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연말 신문에는 우리나라에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80만명이 넘는다는 소식과 중위 소득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족 모두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우울한 이야기 또한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가족이라는 네트워크를 벗어나면 우리 사회에서 존립하기 어렵다 느끼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힘든 사람들의 각박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큰 연대는 가족이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다가왔을 때 버팀목이 됩니다. 비록 느슨할지라도 연대의 망이 폭넓게 퍼져있다면 누군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불교가 가장 성한 국가에 살고 있는 이슬람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종교를 가지지 않는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보탠 크리스마스는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피를 나눈 가족뿐 아니라 함께 이 땅에 사는 서로가 작은 지지대가 될 수 있기를, 인류이기에 어떤 다름도 개의치 않고 서로를 조건 없이 포용하는 해피 홀리데이가 우리 모두에게 허락되기를 간절히, 그리고 간절히 바랍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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