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순리 거스르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국민은 괴롭다

중앙일보 2019.12.30 00:17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재홍 국제에디터·논설위원

정재홍 국제에디터·논설위원

이승엽 등 프로야구 선수들은 “결대로 쳐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몸쪽 공이 오면 잡아당겨서 치고, 바깥 공은 밀어치라는 말이다. 결대로 치면 공이 잘 뻗어 안타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몸쪽 공을 밀어치거나 바깥 공을 잡아당기면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아 안타가 될 확률이 낮아진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도 흐름에 따르는 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흐름에 거스르는 정책은 반발을 사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거나 집행된다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순리에 따르기보다는 거스르려는 경향이 있다. 일부 개혁 정책은 기존 흐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은 순리에 따르는 게 효과적인데도 굳이 흐름을 거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주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영구 정지 결정이 대표적이다. 이 원전은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해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됐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5, 반대 2로 확정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5명이 결집해 재적 위원(8명)의 과반(5명 이상)을 채웠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멀쩡한 원전을 강제로 멈춰 세웠다.
 
이는 세계 흐름과 어긋난다.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원전을 늘리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노후 원전을 폐기하면 전기료가 올라가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며 “노후 원전 폐기를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는 붕괴 위기를 맞았다. 원전 건설·운영 중단으로 전문 인력이 이탈하고 관련 업체는 문을 닫고 있다. 원자력 전공을 포기하는 대학생도 크게 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존속이 어려운 처지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도 시장을 거스르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17번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실패로 끝났음에도 정부는 주택 수요 옥죄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번 대책도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 아래 세금과 대출, 가격 통제에 의지하고 있다.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은 주거 여건이 양호한 강남 등 서울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다. 주택 소유자들의 불로소득이 걱정된다면 개발 이익을 적정하게 환수하면 된다.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건설과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이후 주택 가격이 안정된 것을 귀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경제학은 시장의 힘을 존중하라고 가르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의사로 거래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가 거의 사라지고 자본주의가 지구촌을 휩쓴 걸 보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알 수 있다. 물론 독과점이나 대기업 횡포 등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있다. 이때도 정부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시장 조성자로 나서야지 직접 시장 참여자로 뛰면 비효율을 낳는다. 서울시가 소상공인 보호를 내세우며 지난해 12월 내놓은 제로페이가 대대적인 홍보에도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걸 선의 표본으로 여겼다. 문재인 정부 정책들은 물의 성질을 거스른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해 곳곳에서 역풍을 맞는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국민의 삶을 휘젓는다. 국민이 정부의 존재는 잊어버리고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하는 정치가 그립다.
 
정재홍 국제에디터·논설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