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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치 산수’와 ‘코드 통계’

중앙일보 2019.12.30 00:15 종합 35면 지면보기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포화지방은 건강의 적으로 여겨진다. 안셀 키스의 ‘7개국 연구’라는 논문 탓이다. 포화지방 섭취가 심장병 발생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히며 저지방 식단 강박증의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22개국 데이터 중 ‘결론’에 맞는 7개국만을 선별해 끼워 맞춘 자료였다.
 
데이비드 핸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는 이를 ‘선택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10개의 과녁 모두 정중앙에 화살이 하나씩 꽂혀 있지만, 화살을 벽에 마구 쏜 뒤 화살이 꽂힌 자리에 과녁을 그렸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데이터를 고른다는 의미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정부는 종종 통계 조작의 유혹에 빠진다. 통계가 ‘정치 산수’로 불리는 이유다. 정치 산수에 능하지 않아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 전 그리스 통계청장은 통계를 조작하지 않아 기소됐다. 2009년 그리스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13.4%에서 15.8%로 다시 산정했고, 이 수치는 긴축의 근거가 됐다. 반대파가 숫자를 과장해 국익을 해쳤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7일 국가통계위원회에서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통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날 선 발언의 이면에는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상 최대(86만7000명)로 늘어난 지난 10월 ‘비정규직 통계 논란’이 있다. 조사 방식 변경으로 수치가 급증했고, 심지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어 논란은 더 커졌다. ‘코드 통계’란 오해까지 사며 단행한 청장 교체도 통계 개선에는 무소용인 모양이다.
 
홍 부총리는 “통계는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이 나갈 방향을 알려주는 청진기이자 조타수”라고 했다. 그의 말에 정답이 있다. 청진기와 조타수를 비틀면 모든 게 엉망이 된다.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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