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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서 문화까지 국립대가 뛴다

중앙일보 2019.12.30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국립대가 지역 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강원대가 군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열린 군대 창업 교육 프로그램. [사진 각 대학]

국립대가 지역 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강원대가 군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열린 군대 창업 교육 프로그램. [사진 각 대학]

강원도 춘천에서 군 복무를 마친 전정표(21)씨는 전역 한 달만인 지난 23일 ‘병장’에서 ‘사장’으로 ‘계급장’을 바꿔 달았다. 군 장병의 외출·외박 관리를 돕는 스마트폰 앱(App)을 만들어 스타트업 창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부활하는 국립대 ①
강원대, 군과 함께 창업 프로젝트
한경대 ‘프로농부’ 경상대 ‘경남학’
학교를 지역경제 성장 동력으로
“약화된 국립대 역할 되찾을 것”

전씨는 “군 생활 중 휴가·외박을 나가면 정해진 시간마다 보고해야 하는데, 앱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군 복무 중 시제품을 개발해 지난 8월부터 중대원 50여 명에게 테스트도 진행했고 내년 3월 출시 예정이다.
 
전씨의 창업은 강원대가 지난 5월부터 육군 2군단·강원도와 진행하는 ‘열린 군대 창업 프로그램’ 덕분이다. 청년층 유출로 고민하는 강원도에 ‘젊은 피’를 수혈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장병 사기도 높이는 ‘군·관·학’ 프로젝트다.
 
1기 교육생 70명이 6개월간 전투체육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앱 개발, 드론, 3D프린팅을 배웠다. 창업 자금도 지원했다. 2024년까지 군부대 유휴부지에 실험실 등을 갖춘 창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화로 침체 위기에 처했던 국립대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캠퍼스 담을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지역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경대의 창농팜. [사진 각 대학]

한경대의 창농팜. [사진 각 대학]

변화의 중심엔 전국 39개 국립대가 함께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국립대학육성사업발전협의회’가 있다. 25일 김규용 회장(충남대 기획처장)은 “과거 통폐합 등 구조개혁 위주 정책 탓에 약화된 국립대 고유의 역할과 기능, 지역사회에 대한 책무성을 되찾기 위해 공동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립대학 육성지원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800억원, 올해 1504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1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각 국립대는 지역 특성과 대학 역량에 특화된 사업을 추진한다. 경기도 안성 한경대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예비 농업 창업가를 위한 ‘창농팜’을 운영한다. 교수 강의·전문가 컨설팅에 더해 실습용 비닐하우스, 초기 자금도 제공한다.
 
15년간 화학산업에서 일하다 딸기농장을 창업한 여찬혁(43)씨는 “귀농 결심 전엔 ‘농알못(농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 불과했지만 ‘지름길’을 알려주는 창농팜 덕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상대는 진주 등 서부 경남권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경남학’ 육성을 위해 진주검무·남명학파와 진주 출신 시인 허수경, 아동문학가 최계락 등 핵심 주제 10가지를 선정했다.
 
임규홍 인문대학장은 “경남의 정체성을 찾고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대의 이노메이커랩. [사진 각 대학]

안동대의 이노메이커랩. [사진 각 대학]

전국 10곳의 국립 교육대는 교육 격차 해소에 노력한다. 광주교대는 지난 9월부터 사회배려계층 초등생 54명을 대상으로 로봇·코딩 등 과학실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보조교사로 참여한 이 학교 3학년 이세영씨는 “처음엔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또래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학교 공간·장비·노하우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국립대도 늘고 있다. 안동대는 3D 프린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이노메이커랩’을 개방했다. 지난 9월부터 진행한 진로체험 과정엔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생 336명이 참여했다.
 
김규용 회장은 “국립대는 ‘지역 기반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지개를 켰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지역 인재 육성과 지역 경제 혁신을 이끌어 국가 균형 발전의 핵심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남궁민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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