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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묶인’ 토트넘…힘겨운 박싱데이

중앙일보 2019.12.30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손흥민이 26일 홈경기에 사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손흥민이 26일 홈경기에 사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손 묶인 토트넘’은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다투던 그 팀이 아니었다. 공격수 손흥민(27)이 레드카드에 따른 추가 징계로 못 뛰는 동안,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가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꼴찌 노리치시티와 겨우 2-2
공수 전반 손흥민 빈 자리 역력

토트넘은 29일(한국시각) 열린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노리치시티와 2-2로 비겼다. 리그 상위권(6위)인 토트넘은 최하위 노리치시티를 상대로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먼저 실점한 뒤 만회하기를 두 차례, 그야말로 진땀을 뺐다. 1-2로 뒤진 후반 38분 해리 케인(26)의 페널티킥 동점골이 없었다면 충격적인 패배로 경기를 마감할 뻔했다.  
 
사흘 전 경기도 분위기는 노리치시티 전과 비슷했다.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언(14위)을 맞아 전반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후반에 두 골을 터뜨리며 간신히 2-1로 역전승했다.
 
두 경기 공통점은 손흥민의 부재다. 손흥민은 23일 첼시전(0-2패) 후반 17분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26·독일)에게 발길질을 했고, 레드카드를 받은 뒤 퇴장당했다. 추가로 세 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손흥민이 빠지는 기간은 공교롭게도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박싱데이(연말연시에 받은 선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간이라는 뜻,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초까지다)’ 기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행군 일정인데 손흥민이 빠지면서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박싱데이 토트넘 일정

박싱데이 토트넘 일정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하는 마지막 한 경기는 15위 사우샘프턴 원정경기(내년 1월 2일 0시)다. 지금 분위기라면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토트넘의 박싱데이 기간 경기 상대는 중하위 팀이었다. 토트넘은 내심 3연전에서 승점 9점 적립을 기대했다. 노리치시티전 무승부로 차질이 생겼다. 사우샘프턴전에서도 3점을 추가하지 못하면 상위권 싸움에서 밀린다. 4위까지인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 부담이 더 커진다.
 
토트넘의 달라진 경기 템포가 손흥민의 공백을 그대로 보여줬다. 토트넘의 주요 공격 옵션 중 하나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빠른 카운터 어택이었는데, ‘손이 묶이자’ 눈에 띄게 줄었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행동반경이 좁은 케인으로 공격이 몰리다 보니, 드리블과 반 박자 빠른 침투 패스 대신 코너킥·프리킥 위주의 ‘패턴 플레이’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토트넘이 부진하면서 손흥민을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 등은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반응이다. 인터내셔널 더뉴스는 전반기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을 결산하는 기사에서 “선수 정리에 실패해 어수선한 상태로 시즌을 시작한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 두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며 “팀 내에 두 선수의 역할을 대신할 자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는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27·덴마크)마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 팀을 찾아 떠날 경우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찬하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양질의 패스와 수비 분산이라는 두 가치 측면에서 에릭센은 손흥민에게 든든한 지원자였다”며 “에릭센이 떠난다면 손흥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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