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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김치연구소 위상 재정립해야

중앙일보 2019.12.30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우리의 김장 문화와 김치는 자랑스러운 세계 종주국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를 표준 규격으로 등록했다. 2013년 유네스코는 ‘한국의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에 주목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김치는 우리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배추·무·고추·마늘·갓 등 채소류와 젓갈·천일염이 어우러진 김치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1000년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다. 밥·떡과 천상의 궁합으로 영양 만점의 민족 대표 음식이 됐다. 2016년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우리 김치를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틸콩, 일본의 낫또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선호, 1인 가구 증가, 외식 확대 등 식문화 변화로 김치의 소비량(2017년 기준 1인당 68g)이 줄고 있다. 국산 김치가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지난해 29만t의 김치가 수입됐다. 수입산이 국내 상품 김치 시장의 40%를 차지하면서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 회복을 위해 정부는 김치산업진흥법에 따라 2012년 10월 광주광역시에 세계김치연구소를 설립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김치산업 육성이 목표다. 짧은 기간이지만 김치연구소는 여러 성과를 냈다. ▶김치 발효 조절용 종균 개발로 품질을 균일화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했으며 ▶김치 자동생산 시스템과 양념 속 넣기 장치 개발로 김치 생산성을 향상했다. 또 ▶김치 유래 기능성 유산균을 개발하고 ▶김치 골마지(하얀 효모막)의 안전성을 구명하고 ▶팽창 방지 포장방법과 소재를 개발해 수출을 확대했다. 김치업체의 원스톱 현장애로 해결과 패밀리 기업 지원, 연구성과 공유 등으로 업계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김치연구소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김치의 인문학적 연구, 각 지방의 고유한 김치 보존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 또 김치의 효능과 발효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우수성을 홍보해 우리 김치를 지키고 세계화하는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치연구소를 관리·감독하는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태생적으로 정부 정책과 연구가 연계되지 않고 단절되는 문제가 있다. 김치연구소가 더욱 맛있고 품질 좋은 김치의 개발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우수한 김치·김장문화가 수입산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치연구소를 설립 취지에 맞게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해 정책과 연구를 일원화하길 바란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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