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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지시도 ‘불법파견’… 고용부, 12년만에 지침 바꾼다

중앙일보 2019.12.29 18:36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8월 사내 하도급 직원 121명을 직접 고용한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를 방문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8월 사내 하도급 직원 121명을 직접 고용한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를 방문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기업의 불법파견 여부를 따질 때 적용하는 지침을 12년 만에 개정했다. 사내 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볼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30일 개정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이하 지침)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내려보낸다고 29일 밝혔다. 지침은 일선 근로감독관이 기업의 불법파견 여부를 따질 때 적용해야 할 기준을 담았다. 근로자 파견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고 그 계약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업주의 지휘ㆍ명령에 따라 일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개정 지침은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 기준을 ▶업무상 상당한 지휘ㆍ명령 ▶도급인 등의 사업에 대한 실질적 편입 ▶인사ㆍ노무 관련 결정ㆍ관리 권한 행사 ▶계약 목적의 확정, 업무의 구별, 전문성ㆍ기술성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조직ㆍ설비 등의 보유 등 5가지로 명시했다.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파견 대상을 대통령령이 규정하는 32개 업무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 업무도 파견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A 제조업체가 용역업체인 B 기업과 사내 하도급 계약을 맺어 직접생산 공정 업무를 외주화하고 B 기업 소속 근로자에게 지휘ㆍ명령을 할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개정 지침에서 눈에 띄는 건 업무상 지휘ㆍ명령의 기준을 ‘직ㆍ간접적으로 업무 수행의 구체적 사항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로 밝혀 간접적인 지시까지 포함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 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 지침 개정으로 제조업의 사내 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간주할 여지가 커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침 개정으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근로자 파견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2015년 대법원 판결 이후 기존 지침과 별도로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견 여부를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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