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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최고위도 몰랐던 최혜영 영입···'친문 실세' 양정철의 작품

중앙일보 2019.12.29 10:00
 21대 총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영입 1호’ 최혜영(40) 강동대 교수는 지난 26일 오전 캐스팅 발표 전까지 베일에 싸였던 주인공처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나타났다.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씨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는 ▶발레리나 출신▶척수 장애인 최초의 재활학 박사▶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활동가 등 적잖은 수식어가 달렸지만 이를 미리 알고 보도한 언론사는 없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의 입당식이 열렸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해찬 대표, 최 이사장, 양향자 전 최고위원, 뒷줄 오른쪽부터 김병관ㆍ김병기ㆍ윤호중ㆍ김정우 의원, 오기형 도봉을 지역위원장. 김경록 기자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의 입당식이 열렸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해찬 대표, 최 이사장, 양향자 전 최고위원, 뒷줄 오른쪽부터 김병관ㆍ김병기ㆍ윤호중ㆍ김정우 의원, 오기형 도봉을 지역위원장. 김경록 기자

 

극소수만 알았던 ‘깜짝 영입’

 
기자회견장에는 20대 총선 때 민주당에 영입돼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 어벤저스)라고 불렸던 김병관ㆍ김병기ㆍ김정우 의원과 양향자 전 최고위원, 오기형 서울 도봉을 지역위원장이 참석해 함께 손으로 하트를 그렸지만 이들 대부분은 최씨와 처음 보는 사이였다. 최씨가 어떻게 민주당과 인연을 맺었는지 몰랐던 것은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였다. A 최고위원은 발표 하루 전인 25일 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년 10명 정도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고는 들었지만 1호가 누구인지는 총선기획단에 물어봐도 알려주질 않더라”고 했다.
 
총선기획단에서 답을 들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총선기획단 내부에서도 단장인 윤호중 사무총장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총선기획단에 ‘청년’ 몫으로 합류한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씨의 25일 답변도 “모른다”였다. 황씨는 “영입 1호도 ‘청년’ 컨셉이라고 보도돼 궁금해 죽겠지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발표 후에도 최씨의 영입경로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알고 있는 게 분명한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닫았다. 민주당의 깜짝 영입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점조직식 영입…디자이너는 양정철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스1]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스1]

최씨의 영입 경로와 관련해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이해찬 대표와 윤 총장 정도는 사전에 알고 있었겠지만 최씨의 연락처를 아는 사람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당직자와 총선기획단 관계자, 최고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의 인재영입 컨셉을 정하고 후보자를 물색하는 책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원장임이 분명했다. 양 원장이 추린 대상자에 대해 이 대표가 동의하면 대상자와 접촉이 가능한 의원 또는 당직자가 나서 대상자 설득작업에 들어간다. 출마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풀(pool)을 구성한 뒤 발표 우선순위와 시점을 정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발표 전에 새어나가 보도되면 공개 순서를 바꾸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실제 설득작업을 하는 의원들은 전체 그림을 알 수 없는 구조”라며 “의사결정 전반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그 결과를 발표 전에 알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 외에는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 윤호중 사무총장, 그리고 20대 총선 때 인재영입을 맡았던 최재성 의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이 대표의 핵심 측근들(윤호중ㆍ김성환)이거나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사들(양정철ㆍ최재성)이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인재영입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아직 선거법이 확정되지 않아 사전에 공천 여부나 방식을 확정하고 모시지는 않았다”며 “각 인재들을 어떻게 국가에 기여하도록 하면 좋을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 띄우는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 [뉴스1]

인재영입의 디자이너가 양 원장이라면 정책 어젠다에는 친문 중진 최재성 의원(4선)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최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핵심 측근이기도 하다. 실무적으로 총선 정책 공약은 총선기획단 내부의 미래기획분과(위원장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에서 가다듬고 있지만 최 의원의 아이디어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의원의 아이디어는 양 원장→민주연구원→총선기획단을 거치며 구체화되곤 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기획단 출범 이후 논란을 일으켰던 모병제 도입안, 청년 신도시 제안 등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최 의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선 공약과 관련해 최 의원이 꺼낸 다음 어젠다는 개헌이다. 최 의원은 26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개헌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총선 후 개헌 논의가) 불가피하다”며 “총선 후 (대선 전) 2년의 공간이 개헌을 할 수 있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의원의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총선 공약에 어느 정도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최종 공약 선정에는 실현가능성과 시의성 등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문 대통령과 정세균 후보자의 신임을 받는 최 의원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8년 민주당 대표와 대변인이던 정세균 총리 후보자와 최재성 의원. [중앙포토]

2008년 민주당 대표와 대변인이던 정세균 총리 후보자와 최재성 의원. [중앙포토]

 
임장혁ㆍ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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