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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사듯 도서 대출 '북 드라이브 스루'···이용자 있을까

중앙일보 2019.12.29 09:00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 부스 앞에는 안전을 위해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다. 심석용 기자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 부스 앞에는 안전을 위해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 23일 오후 3시. 인천시 서구 청라동 청라호수공원 청파나루. 주차창 근처에 설치된 20㎡ 크기의 부스로 차량 한 대가 다가섰다. 운전자가 부스에 부착된 기계에 회원증을 갖다 대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스크린에 ‘대출 시작’이란 문구가 나타났다. 20초가량이 흐르자 ‘책 읽히는 곳’이라고 적힌 배출구의 문이 열리고 선반이 앞쪽으로 밀려 나왔다. 운전자가 선반 위의 책을 수령한 뒤 확인 버튼을 누르자 배출구는 다시 닫혔다.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에서 원활하게 대출과 반납을 하기 위해서는 차를 부스에 가까이 갖다대야 한다. 심석용 기자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에서 원활하게 대출과 반납을 하기 위해서는 차를 부스에 가까이 갖다대야 한다. 심석용 기자

 
잠시 뒤 운전자가 배출구에 책을 갖다 대자 책에 부착된 태그를 인식한 도서정보시스템이 반납절차를 시작했다. 배출구가 열리고 나온 선반에 운전자가 책을 올려두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3초 뒤 해당 도서를 별점으로 평가해달라는 알림창이 뜨면서 반납이 완료됐다.

 

24시간 도서 대출 반납 가능

예약한 도서를 꺼낸 뒤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3초 후에 배출구는 자동으로 닫힌다. 심석용 기자

예약한 도서를 꺼낸 뒤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3초 후에 배출구는 자동으로 닫힌다. 심석용 기자

 
차량에 탄 상태에서 도서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는 이 부스는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이다. 인천시는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책을 빌리거나 반납할 수 있게 하는 등 도서정보시스템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업체와 공동으로 이 시스템을 연구‧개발했다. 북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된 건 인천이 전국 최초다.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방식이지만 무인 시스템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이용자가 사전에 온라인으로 도서를 예약한 뒤 부스를 찾으면 해당 서적을 받을 수 있다. 24시간 아무 때나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다.
 
만약 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뒷문을 통해 부스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예약한 도서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운전자가 부스 밖에서 북 드라이브 시스템을 이용하는 동안 부스 안에서 대출 및 반납은 잠시 중지된다. 동시 이용이 불가능한 구조다.
 
북 드라이브 시스템 부스안에는 차량을 가지고 오지 않은 이용자들을 위한 대출 ·반납 기계가 설치돼 있다. 심석용 기자

북 드라이브 시스템 부스안에는 차량을 가지고 오지 않은 이용자들을 위한 대출 ·반납 기계가 설치돼 있다. 심석용 기자

 
인천시는 다음 달 2일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 시범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이날 시민을 상대로 시연회를 열었다. 인천시 서구에 거주하는 양희라(25)씨는 “처음에는 북 드라이브 스루라고 해서 의아해했는데 이용해보니 커피를 사러 온 것처럼 책을 빌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용자의 편의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지속해서 부스를 모니터링하고 이용빈도가 높아지면 다른 도서관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이 부스에는 미추홀도서관의 장서 400권이 비치돼 있다.
 

“수요 확보될까?” 우려의 시선도

인천시 미추홀도서관 회원이 되면 누구나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한번에 1인 2권씩 14일간 대출이 가능하다. 심석용 기자

인천시 미추홀도서관 회원이 되면 누구나 북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한번에 1인 2권씩 14일간 대출이 가능하다. 심석용 기자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설치 비용 등에 비해 그만큼 수요가 확보되겠느냐는 지적이다.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민모(30)씨는 “종이책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 같은데 이왕 투자할 거면 지하철역 내에 있는 무인 대여 시스템 확충이 낫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양 경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된 부분도 있고 하나라도 서비스가 더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실제 이용률이 어떻게 나타날지 등 효과는 시행 이후 분석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곽승진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편의성을 도서관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하철 무인 스마트 도서관도 처음부터 이용자가 많지는 않지 않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이용해 본 사람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북 드라이브 시스템도 시간이 지나면 정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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