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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세균, 또다시 개헌론 쏘아올린 속내

중앙일보 2019.12.29 06:00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를 바꾸기 위해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9일 한 강연에서 던진 말이다. 선거제도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와중에 나온 이 말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진의 파악에 분주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사(開院辭)에서도 “개헌은 가볍게 꺼낼 문제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담당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가 국무총리에 임명되고 난 뒤 개헌을 화두로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 후보자와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개헌은 불가피하다” “개헌을 화두로 던져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 저변에는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선거제 개편안, 검찰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벌인 여야의 극한 대치 등으로 국민의 정치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면 내년 총선 이후 개헌 정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한 선거제 개편안이 개헌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27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구도로 가는 디딤돌이자 내각제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한 개헌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지난해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올랐지만 ‘투표 불성립’으로 최종 폐기됐다. 개헌안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192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에 한참 못 미치는 114명만 본회의에 출석해 사실상 부결된 결과였다. 정 후보자는 당시 국회의장으로 본회의 사회를 진행하면서 “30여년 만에 추진된 개헌이 불성립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패로 돌아간 개헌 논의가 여권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배경은 뭘까.

 

“총선 이후 대선 정국 전(前)이 개헌 골든타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월 25일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무산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전 원내대표, 이인영 의원. [연하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월 25일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무산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전 원내대표, 이인영 의원. [연하뷴스]

개헌이 화두가 될 거라고 보는 의원들은 내년 4월 21대 총선 이후부터 짧게는 연말까지, 길게는 약 1년을 개헌 추진의 적기로 본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가면 개헌 논의가 동력을 잃는다는 점에서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총선 이후 여야가 다음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타협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총선 직후는 개헌의 골든타임이다. 유력 대권 주자가 나타나면, 자신이 대선을 통해 권력을 잡는데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추진하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개헌은 대통령 권한의 분산이 핵심이다. 2022년 대선에 나설 유력 주자 입장에선 개헌의 유불리를 따지게 될테고 그만큼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은 어려워질 수 있다. 
 

“정권 말로 갈수록 개헌론 나올 것”

2018년 5월 24일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해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당시 국회는 표결을 했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연합뉴스]

2018년 5월 24일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해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당시 국회는 표결을 했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개헌안이 좌초한 직후 민주당 지도부에선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무산돼 안타깝지만 21대 총선 이후 다시 개헌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다른 정당과 함께 개헌 가능선인 200석(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개헌을 재추진하자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과거 정권 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개헌이 추진됐다는 점을 들어 현 정부 임기 후반부에 개헌 논의가 다시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긴 2007년 3월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개헌 추진을 시사했다. 시기 상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한 임기 후반기였다는 점이 같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개헌을 하려면 대통령이 하자고 하지 않겠느냐. 개헌을 추진한 경우는 정권 초보다 정권 말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말 레임덕이 가까워질수록 야당이 개헌안에 동의할 여지는 줄어든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의원은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는 오히려 야당이 ‘막판에 생색내기용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대망론’

지난 2018년 4월 12일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성사를 위한 공동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야3당 원내대표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원 전 민주평화당, 우원식 전 민주당 ,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12일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성사를 위한 공동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야3당 원내대표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원 전 민주평화당, 우원식 전 민주당 ,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개헌론이 불거지자 지난 20일 “저는 평소 개헌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지 않느냐.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우리가 겪는 초갈등 사회를 극복하는 데 정치권 입장에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주장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전 개헌을 언급한 속내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오간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 후보자가 분권형 개헌이 실현되면 내치를 책임지는 총리의 적임자로 거론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그 중 하나다.
 
여권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개헌 논의를 선점하고 실제 개헌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그 과실을 가져갈 수 있다”며 “정 후보자는 정치 9단이다. 이런 과정을 고려하고 언급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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