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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호 민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또 해 넘긴다

중앙일보 2019.12.29 05:00
2017년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 모습. 올 2월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가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2017년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 모습. 올 2월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가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스텔라데이지(Stella Daisy)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호 민원’이다. 선체 무게 14만8000t급 초대형 운반선인 스텔라데이지는 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20분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ㄱ울고 ㅣㅆ습니다(기울고 있습니다)”라는 긴급 상황보고를 끝으로 침몰했다. 한국인 8명을 포함해 선원 22명이 실종 상태다.
 
실종자 가족은 그해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수색을 지속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서한문을 전했다. 사고 해역을 항해하는 일반 선박이 수색 주체로 바뀌어서다. 청와대는 새로운 정부의 1호 민원으로 서한을 접수했고 이후 수색선을 재투입시켰다. 이 사이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 수석이 실종자 가족의 농성 현장을 찾아 “적극적인 수색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사고 1000일이 넘도록 실종자의 생사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침몰한지 1000일이 된 스텔라데이지호는 아직까지 침몰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지난 2월에 이뤄진 1차 심해수색 중 발견한 실종자 유해는 아직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뉴스1]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침몰한지 1000일이 된 스텔라데이지호는 아직까지 침몰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지난 2월에 이뤄진 1차 심해수색 중 발견한 실종자 유해는 아직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앞 노숙에도...2차 수색비용 예산 '0원'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예산은 현재 한 푼도 없다. 외교부는 내년 심해수색 예산 몫으로 100억원을 편성해 놨다. 외교부를 담당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결도 거쳤다. 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절반 삭감이 아닌 아예 ‘0원’이 됐다. 나라 살림을 맡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전달된 뒤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 속 오체투지도 마다치 않던 실종자 가족의 간절함이 물거품 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지점. 그래픽=신재민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지점. 그래픽=신재민 기자

 
침몰 1000일째이자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성탄 예배가 열렸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회 연합체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주최였다.
 
주최 측 배덕만 목사는 “실종자 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노숙하면서 2차 수색 예산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목사는 “세상은 비극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완벽하게 무지하다”고 분노했다.
올 2월 1차 심해수색때 선체 파편 인근에서 안전화가 발견됐다. 실종자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올 2월 1차 심해수색때 선체 파편 인근에서 안전화가 발견됐다. 실종자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1차 심해수색 발견 유해 그대로 바닷속에

정부는 지난해 8월에서야 심해수색을 결정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지역 수심은 3800m다.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과정에 또 수개월이 흘렀다. 결국 사고 2년 가까이 된 올 2월 14일에서야 미국의 오션 인피니티사가 침몰지역 수색을 시작했다. 6일 뒤 선체 파편 주변에서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 신발인 안전화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오션 인피니티사는 이 유해와 실종자 물품을 수습하지 않은 채 철수했다. 우리 정부로부터 48억4000만원을 받았지만 ‘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해를 찬 바닷속에 그대로 두고 왔다”고 가슴을 쳤다.  
지난 2월 심해수색 과정에서 확인된 작업복 추정 물체.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지난 2월 심해수색 과정에서 확인된 작업복 추정 물체.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실제 정부와 오션 인피니티사가 맺은 계약의 주요 내용은 ▶선체 발견 시 무인 잠수정에 부착된 비디오카메라 등을 통해 미확인 구명벌 위치 확인 및 선체 3D 이미지 작성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항해기록저장장치(VDR) 회수다. 오션 인피니티사는 50일 정도로 예정된 수색활동도 9일 만에 마쳤다고 한다.
지난 2월 심해수색 때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회수됐다. 하지만 복원율이 7%에 그쳤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지난 2월 심해수색 때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회수됐다. 하지만 복원율이 7%에 그쳤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정확한 사고 원인 밝혀줄 VDR 먹통

1차 심해수색 때 스텔라데이지호의 VDR을 회수했다. VDR은 일종의 블랙박스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하지만 7%만 복원됐을 뿐이다. 검찰수사 결과, 스텔라데이지호의 한 침몰원인으로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측이 선체 이상을 알고도 운항을 강행한 점이 꼽힌다. 또 화물창에 화물을 고르게 적재해야 하는 설계 기준도 무시됐다고 한다. 하지만 규명된 사고원인은 아니다. 실종자 생사 확인과 유해수습 외 정확한 사고원인을 위해서도 2차 심해수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선사 역시 심해수색 의지는 현재 없어 보인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허경주 공동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 같이 법정 사용 연한이 끝난 뒤에 개조한 선박이 27척 이상(국내 선사 기준)”이라며 “더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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