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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복잡한 '로봇 카' 운전도 척척···생각보다 똑똑한 동물, 쥐

중앙일보 2019.12.28 11:00
12년 전인 2008년 쥐띠 해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졌다. 무자년-해뜰날` 이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가로2.m, 세로 4m 크기로 한국미술협회 부산지회가 제작했다. [중앙포토]

12년 전인 2008년 쥐띠 해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졌다. 무자년-해뜰날` 이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가로2.m, 세로 4m 크기로 한국미술협회 부산지회가 제작했다. [중앙포토]

2020년은 육십갑자의 37번째에 해당하는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다. 특히, 쥐띠 해 중에서도 하얀 쥐띠 해라고 한다.
 

하얀 쥐 경자년 앞두고 살펴본
'인간의 거울'인 쥐의 이모저모

12개의 지간(支干) 가운데 첫 번째(子)라 쥐띠이고, 10개의 천간(天干) 중에 7~8번째인 경(庚)·신(辛)은 백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하얀 쥐띠 해로 여겨진다.
 

12지신의 첫번째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도자기 사옥에서 직원들이 역대 한국도자기 달력접시와 2020년 경자년 '하얀 쥐' 달력접시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도자기 사옥에서 직원들이 역대 한국도자기 달력접시와 2020년 경자년 '하얀 쥐' 달력접시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쥐가 12가지 띠 동물의 첫째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쥐는 인간이 정복한 모든 땅을 정복했다. 쥐의 주거지와 인간의 주거지는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쥐는 인간의 거울과도 같은 종"이라는 지적도 있다(로버트 설리번 '쥐들').
 
쥐는 생물 분류체계로는 설치류(齧齒類)에 속한다. 지속해서 자라는 날카로운 앞니를 한 쌍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세계적으로 설치류는 1500종 정도가 있고, 한반도에는 16개 속(屬)의 21종(種)이 분포한다. 다람쥐나 청설모, 하늘다람쥐도 여기에 속한다.
 
21종에는 외래종이자 생태계 교란종인 뉴트리아도 포함된다.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에서 서식하고 있는 뉴트리아. [중앙포토]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에서 서식하고 있는 뉴트리아. [중앙포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집쥐  

집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집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가장 흔한 쥐는 집쥐(Brown Rat, Norway Rat)다. 시궁쥐, 갈색쥐, 노르웨이쥐로도 불린다. 학명은 라투스 노르베지쿠스(Rattus norvegicus)다.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것은 물론, 남극대륙과 북극해 연안, 그린란드를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한다.
몸길이와 꼬리 길이가 비슷하지만, 몸길이가 약간 더 길다. 꼬리 길이는 140~167㎜,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302~355㎜다. 무게는 90~500g 정도다.
임신 기간은 26일, 1년에 4~5차례 8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야생에서는 수명이 1~2년 정도이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4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수 한 쌍이면 1년 사이에 460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집쥐는 약 100만 년 전에 다른 종들과 유전학적으로 분리됐는데, 인도 지역에서 처음 출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후 유전적으로 여섯 개 그룹으로 분화됐다.
 
집쥐는 인류가 이동해서 정착하기 전부터 아시아 지역 숲에서 거주했다. 사람이 이주해서 숲을 훼손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사람과 편리공생(片利共生, commensalism)을 시작했다.
편리공생은 한쪽은 이익을 얻고, 상대편은 거의 해를 입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곰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곰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곰쥐(Black Rat, Oriental House Rat)는 분류학적으로 집쥐와 가깝다. 학명은 라투스 타네주미(Rattus tanezumi) 또는 라투스 라투스(Rattus rattus)로 표시한다.
한반도와 중국, 동남아, 인도 북부 등에 분포했는데, 현재는 인도네시아 섬에서도 발견된다. 크기는 집쥐보다 약간 작다. 꼬리 길이는 150~185㎜,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289~340㎜다. 무게는 100~200g 정도다.
5~10마리씩 1년에 3~5번 새끼를 낳는다. 임신 기간은 26일이며, 수명은 1~2년 정도다.
 

생쥐, 1만5000년 동안 사람과 동거

생쥐. 같은 생쥐라도 위의 것은 야생에서 사는 종류, 아래 것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종류다.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생쥐. 같은 생쥐라도 위의 것은 야생에서 사는 종류, 아래 것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종류다.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집쥐보다 훨씬 작은 생쥐(House Mouse)의 학명은 무스 무스쿨루스(Mus musculus)다.
원래 한반도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과 지중해에 접한 아프리카 북부만 분포했는데, 이제는 북미·남미·호주는 물론 태평양 섬나라와 아프리카 남부까지 침투해 살고 있다.
 
꼬리 길이는 59~68㎜,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126~143㎜다. 무게는 9.5~15g 정도다. 임신 기간은 19~20일로, 연중 6~7차례, 한 번에 5~6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야생에서는 수명이 18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쥐들의 수명이 짧은 것은 심장 박동 수에 있다. 거대한 코끼리의 경우 1분에 심장이 25번 뛰지만, 작은 생쥐는 1분에 600번이나 뛴다.
생쥐는 겨우 2~3년밖에 못 살고 코끼리는 75년까지 살지만 평생의 심장 박동 수는 동일하게 약 15억 회라는 것이다. (존 타일러 보너 '크기의 과학',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화석 증거를 바탕으로 하면 생쥐는 1만5000년 전, 농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정주생활을 시작하고, 돌이나 진흙으로 집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라는 것이다.
 
생쥐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례도 많다.
2017년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 연구팀은 사람을 잘 따르는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람을 비교적 무서워하지 않는 생쥐를 골라 교배시키고, 이후 태어난 쥐 가운데 사람을 잘 따르는 생쥐를 다시 골라 4년간 12대를 걸쳐 교배를 계속했다.
그 결과 사람이 손을 내밀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시골 쥐, 도시 쥐 유전적으로 달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쥐. 시골 야생에서 살아가는 쥐에 비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도시에서 살아가는 쥐. 시골 야생에서 살아가는 쥐에 비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우화 중에 도시 쥐와 시골 쥐 이야기도 나오지만, 미국 뉴욕 시의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도시 쥐와 시골 쥐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뉴욕에서도 도심에 사는 쥐와 변두리 쥐 무리 사이에서는 유전적인 차이를 보인다.
 
유전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시 쥐들이 더 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고, 더 많은 병원균과 접촉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쥐의 밀도가 높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번식을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도시 쥐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 쥐는 자신의 은신처에서 20m 이상 벗어나는 경우도 드물다.
미국 연구팀이 2009년 볼티모어 지역 쥐 300마리를 붙잡아 DNA를 분석한 결과, 각 공동체는 일정한 면적, 즉 약 5600㎡ 정도의 구역을 차지하고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 면적 7140㎡보다 작은 셈이다.
 
과거 미국 뉴욕 시에는 800만 마리의 쥐가 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뉴욕에는 시민 한 명당 쥐 한 마리가 있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사람 한 명당 쥐 한 마리 가설은 20세기 초 영국의 W.R. 뵐터가 쓴 '쥐 문제'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경험에서 얻은 추측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별 비판 없이 이를 옮겼다.
 
하지만 2014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통계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던 조너선 아우어바흐는 ‘311콜센터’에 접수된 쥐 신고 전화를 역추적했다.
뉴욕에서 쥐가 사는 빌딩이 4만500개인 것으로 분석하고, 건물당 50마리의 쥐가 산다는 수치를 대입해 뉴욕에 총 202만5000마리가 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쥐는 생각보다 똑똑한 동물이다.

로봇 카를 직접 운전하는 쥐 [사진 미국 리치먼드 대학]

로봇 카를 직접 운전하는 쥐 [사진 미국 리치먼드 대학]

미국 리치먼드 대학 연구팀은 지난 10월 쥐에게 시리얼로 보상하면서 소형 로봇 카를 운전하는 법을 7개월 동안 가르쳤더니 복잡한 운전까지 해냈다고 보고했다.
알루미늄판에 올라서서 앞발로 3개의 구리선(금속막대) 가운데 하나를 잡으면 직진 또는 좌, 우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 결과 먹이를 먹기 위해 복잡한 운전도 척척 해내게 됐다.
2007년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쥐에게 2~3.6초의 짧은 소음과 4.4~8초의 긴 소음을 들려주고, 두 개의 손잡이 가운데 하나를 눌러 방금 들은 소리가 긴 소리인지, 짧은 것인지를 구별하도록 훈련했다.

그런 다음 쥐가 시험을 치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쪽 구멍에 머리를 내밀어 시험을 피하면 약간의 보상을, 다른 구멍에 머리를 내밀고 시험에 응하고 합격하면 큰 보상을 주었다. 시험에 응하고도 틀리게 답하면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쥐들은 4.4초처럼 짧고 긴 것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는 시험을 거부하는 쪽으로 행동했다. 이는 자신이 시험에 합격할 충분한 정보를 가졌는지를 판단할 능력이 쥐에게 있다는 의미다.
 
2009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여러 개의 구멍 가운데 하나를 건드리면 설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만, 대신 나오지 않고 끊기는 시간도 길어진다.
쥐들은 ‘최상의 전략’을 곧 터득했다. 나오는 설탕은 적지만 끊어질 위험도 작은 구멍을 선택한 것이다.
 

쥐는 이타적인 동물이다.

2008년 무자년 쥐띠 해에 귀여운 해피 마우스 저금통이 등장했다. [중앙포토]

2008년 무자년 쥐띠 해에 귀여운 해피 마우스 저금통이 등장했다. [중앙포토]

2011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특별한 우리를 만들었다. 우리에는 밖에서 다른 쥐가 열어줄 수 있는 작은 방도 만들었다.
연구팀은 큰 방과 작은 방에 쥐를 넣고, 큰 방에 초콜릿 무더기를 넣어주었다. 그러자 큰 방에 있던 쥐는 작은 방의 쥐를 힘들여 풀어준 뒤 함께 초콜릿을 먹었다. 전체의 52%가 이런 행동을 했다.
 
이런 경험을 겪게 한 후 두 마리의 처지를 바꾸자 이번에는 80%가 상대를 풀어주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만 연간 300만 마리 희생

실험용 쥐 사육실 모습. [중앙포토]

실험용 쥐 사육실 모습. [중앙포토]

쥐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 질병을 연구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흰쥐는 선천적으로 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알비노(albino) 동물이다. 이들은 색소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눈동자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라 분홍색 또는 붉은색이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작은 동물을 흔히 모르모트라고 하는데, 모르모트는 흰쥐와는 상관없다. 실제로는 같은 설치류에 속하는 기니피그(Guinea pig)를 말한다.
과거 네덜란드에서 실험동물로 사용한 마못(Marmot)을 사용했는데, 일본에서 마못과 기니피그를 혼동하면서 잘못 불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모두 372만7000마리인데, 이 중 84.1%인 313만4000마리가 쥐(32만 마리)·생쥐(274만 마리) 등 설치류였다.
쥐벼룩 [중앙포토]

쥐벼룩 [중앙포토]

쥐는 렙토스피라, 톡소플라스마 등 다양한 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중세시대에 유럽에서 대대적으로 창궐한 흑사병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인데, 이 세균을 옮기는 쥐벼룩이 쥐에 붙어산다. 쥐만으로는 흑사병이 퍼지지 않는 셈이다.
 
흑사병은 지난 1500여년간 전 세계에서 2억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달에도 중국에서 3명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다. 네이멍구 당국은 헬리콥터 17대를 동원해 133㎢ 넓이의 땅에 14만t 넘는 쥐약을 살포했다.
 
이에 앞서 2010∼2015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등 전 세계적으로 3248명이 페스트에 걸렸고 이 중 584명이 사망했다.
중국과 몽골에서도 2010년대 들어 환자가 각각 10명, 5명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고양이를 쫓아가는 쥐 

톡소플라스마 원충 [중앙포토]

톡소플라스마 원충 [중앙포토]

늘 고양이에게 쫓겨 다니는 쥐가 오히려 고양이를 쫓아다닐 때도 있다.

기생충, 즉 톡소플라스마(Toxoplasma gondii)의 원충(原蟲)이 쥐의 뇌에 침투해 행동을 조종할 때다.
 
쥐가 톡소플라스마 원충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 오줌 냄새를 맡으면 성적 이끌림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고양이 오줌이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최음제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음제’ 때문에 겁 없이 고양이를 쫓아가는 쥐는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톡소플라스마 원충이 쥐를 이렇게 조종하는 것은 원충의 번식 때문이다. 원충은 고양이 소화기관에서 암수가 만나 유성생식을 하고, 알을 낳는다.
알은 배설물과 함께 고양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퍼진다. 원충은 다시 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가야 번식할 수 있다.
고양이 몸에 들어가기 위해 쥐가 필요한 것이다. 실수로 고양이 배설물을 건드린 쥐는 원충의 알에 감염된다. 감염된 쥐가 고양이에게 먹히도록 원충은 쥐를 조종하는 것이다.
 

바닷새 둥지 공격하는 쥐

독도 서도 능선부 쥐구멍

독도 서도 능선부 쥐구멍

쥐와 생쥐는 인류의 이동과 함께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섬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 새 둥지를 습격하면서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섬 지역에 침입한 쥐를 없애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남대서양의 바닷새 번식지인 사우스조지아 섬에서는 쥐로 인해 바닷새 개체 수가 90% 이상 줄어들자 2011~2015년 영국 스코틀랜드 환경보호단체 주관으로 미끼가 든 쥐약을 헬리콥터로 여러 차례 살포하기도 했다.
 
원래 쥐가 없었던 독도에서도 쥐가 발견되고 있고, 끈질긴 소탕 작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60~70년대 전국에서 쥐잡기 운동 

쥐잡기 운동을 보도한 1971년 3월의 중앙일보 지면

쥐잡기 운동을 보도한 1971년 3월의 중앙일보 지면

국내에서는 1960년대 초부터 쥐잡기운동이 시작됐다.
1961년 미국 대외원조처(USOM)의 제안으로 전국 특정 지역에서 선별적인 방제작업이 진행됐다.
1963년부터는 농림부가 중심이 돼 쥐잡기에 나섰고, 1964년에는 최초로 전국 동시에 쥐잡기운동이 벌어졌다.
 
6000만 마리에 이르는 전국의 쥐가 양곡 생산의 20%를 먹어치운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쥐잡기는 1970년대 초반에 절정에 이르렀다. 1년에 두 차례씩 전국 동시에 쥐잡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국가적 쥐잡기운동이 농림부 주관이 아닌 무임소장관이 주창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 진행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일부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1978년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 시행되면서, 언론에서는 주민들에게 쥐약을 나눠주는 통·반·이장이 집권 여당을 위해 ‘돈 봉투’도 함께 돌릴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김근배 논문 '생태적 약자에 드리운 인간권력의 자취 - 박정희 시대의 쥐잡기운동', 사회와 역사 2010년).
 
이런 대대적인 쥐잡기에도 불구하고 쥐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사라질 수도 없었다.
2007년에도 경남 양산시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해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쥐 잡는 날’을 정해 쥐약을 살포했다.
 
2009년 5월 서울 종로구는 돈의동과 창신동 일대 쪽방촌에서 ‘쥐 박멸 작전’을 벌였다. 이곳에서는 쥐 배설물이 발견되면서 구청 측에서는 만성 살서제(殺鼠劑)를 쥐가 다니는 길목과 예상 서식지에 설치했다.
 
최근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차원에서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쥐잡기가 이어지고 있다.
 

쥐약 탓에 사라진 여우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센터]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센터]

쥐약으로 널리 사용되는 와파린(Warfarin)은 VKORC1이란 단백질의 활동을 방해해 혈액 응고를 막는 작용을 한다.

VKORC1이란 단백질은 비타민K를 생성, 혈액이 응고하도록 한다.
와파린이 미량일 때에는 혈관 내 혈액 응고를 막아주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치명적인 출혈을 일으킨다. 1950년대에 쥐약으로 도입된 이유다.
 
와파린이 만성 독성을 보인다면 인화아연제(燐化亞鉛劑, zinc phosphite)는 급성독성을 지닌 쥐약이었다.
인화아연제는 196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미끼에 섞인 인화아연제를 섭취하면, 쥐의 소화기관의 산(酸)과 반응하면서 유독한 인화수소 가스가 발생한다.
 
인화아연제는 다른 개와 같은 가축에게 피해를 줬고,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은 여우·족제비 등 야생동물도 큰 피해를 보았다.
남한에서 여우가 거의 사라져 최근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이아이스를 쥐 박멸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얼음인 드라이아이스를 쥐구멍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쥐를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쥐약에도 저항성을 갖는 ‘슈퍼 생쥐’가 등장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독일과 스페인의 생쥐가 150만~300만년 동안 격리돼 있던 알제리 생쥐와 교배하면서 이런 특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격리되면서 다른 종이 됐고, 교배 후 자손 1세대 대부분은 생식 능력이 없었지만, 극소수 암컷이 생식능력을 가지면서 쥐약에 내성을 갖는 생쥐가 나타나게 됐다.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

지난해 11월 90돌을 맞은 미키 마우스가 인천공항으로 입국, 팬미팅과 음악쇼 출연, 봉사활동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해 11월 90돌을 맞은 미키 마우스가 인천공항으로 입국, 팬미팅과 음악쇼 출연, 봉사활동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쥐는 혐오의 대상이지만, 애완동물이기도 하다.
쥐는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해온 동물이다. 때때로 인류는 쥐를 박멸하려 했지만, 결코 박멸할 수도 없었고, 박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없다.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쥐(설치류)는 중요한 역할은 맡고 있다. 여우·담비·족제비와 같은 포유류나 뱀, 맹금류의 먹이가 되면서 생물 다양성에 기여한다.
 
지구 전체를 생각한다면, 싫든 좋든 인류와 쥐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집 주변을 오가는 쥐가 보기 싫다면 쥐를 잡아 죽이려 하기보다는 쥐가 먹는 쓰레기를 치우는 노력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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