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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 논란 무서워…국내 대기업 ‘유니콘 인수’ 실종

중앙선데이 2019.12.28 00:33 667호 6면 지면보기

우아한형제들 몸값 4조대의 비밀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에 찬사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데 그치지 않고 4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런 가운데 매각 대상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라는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유치나 투자금 유치에서 국내 유니콘 기업의 해외 자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배달·숙박·패션 등 틈새 시장
대기업 진출에 부정적 시선
외국계 자본에 속속 넘어가
국내 의식주 시장 잠식 우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특히 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자본과 대기업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에 오른 쿠팡만 봐도 해외 투자자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손정의 펀드로 유명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최대주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른 유니콘 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투자 유치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외국계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27일 현재 유니콘 기업에 등재된 국내 업체는 모두 11곳이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자가 해외 투자자보다 많은 곳은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구 블루홀)과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 정도다. 유니콘 기업뿐만 아니라 유명 스타트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유니콘 기업 야놀자와 더불어 국내 숙박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여기어때는 지난 9월 영국계 사모펀드 CVC에 팔렸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도 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
 
왜 번번이 이런 일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내수시장은 분야를 막론하고 몇몇 대기업이 과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대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거나 들어오지 않을 만한 시장을 찾게 마련이다. 경쟁을 피해 성장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다만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어렵게 된다.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사업 분야는 숙박이나 배달, 패션 플랫폼 등으로 대기업이 진입할 경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부각되기 쉽다.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상무는 “국내에서는 규제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스타트업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경험이 부족해 인수에 인색하다”며 “투자를 검토하더라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내부 반응이 나오기 쉬워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대기업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본 의존은 국부 유출과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 1위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쿠팡·야놀자·무신사 등은 모두 관련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돈을 벌더라도 결국 대부분 해외 투자자·대주주의 몫이란 시각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성 측면에서는 국내 의식주 시장의 미래를 빼앗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잠식보다 더 넓은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장에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어느 한 면만 보고 손익을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은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이나 유력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대안이다. 예컨대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바뀔 예정이며, 딜리버리히어로와 김 대표는 향후 ‘우아DH아시아’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지분을 주고 글로벌 기업 지분을 받는 셈이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 등은 산업 간 융합이나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다”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공략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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